이제 소개팅에 플립플롭 신고 나가도 괜찮은 이유
몇 년 전만 해도 소개팅 자리에 플립플롭을 신고 나가면 상대방이 바로 친구에게 ‘비상, 이머전시, SOS’를 보냈을 겁니다. 집 앞 편의점에 나가는 차림처럼 너무 성의 없어 보이니까요. 한낮에 플립플롭을 신는 사람은 천생 백수일 것만 같고요.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런던과 뉴욕 거리를 보면 데이트 룩으로 청바지에 플립플롭을 당당히 신고 있거든요.
영국 <보그> 에디터 데이지 존스(Daisy Jones)가 관찰한 런던 거리에는 청바지에 플립플롭을 신은 사람이 넘쳐납니다. 놀라운 건 이 차림이 전혀 껄렁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비 오는 날 헐렁한 리바이스 청바지 밑단을 적신 채 돌아다녀도, 오히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특유의 미니멀한 차림으로 보이죠.
더 로우의 메리 케이트 올슨이 밴드 티셔츠에 하바이아나스를 신던 순간, 스키니 진 시대 이전의 케이트 모스, 캐롤린 베셋 케네디가 헐렁한 카펜터 진에 플립플롭을 신던 모습까지. 요즘 멋쟁이들은 미니멀 아이콘을 소환한 듯합니다. 제니퍼 애니스톤의 룩도 마찬가지였죠. 심플한 톱, 스트레이트 진, 블랙 플립플롭. 특별할 것 없는 조합인데도 완벽한 ‘캐주얼 폴리시(Casual Polish)’를 완성했습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꾸민 듯 안 꾸민’ 정도가 되겠군요. 말 그대로 힘을 뺀 듯 자연스럽되 닦아낸 듯 깔끔하게 정돈된 스타일을 뜻합니다.
오늘날 셀럽들도 이 공식으로 다시 입습니다. 모델 알렉스 콘사니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핫 플레이스 호텔 샤토 마몽(Chateau Marmont) 앞에서 로우 라이즈 진에 블랙 플립플롭을 신고 등장했죠. 로제, 헤일리 비버와 켄달 제너 역시 이 무심한 조합을 즐깁니다. 결국 심플한 톱, 청바지, 플립플롭의 삼박자가 지금 가장 세련된 미니멀 룩을 연출하는 셈이죠.
무엇보다 이 스타일의 진가는 너무 쉽다는 겁니다. 무채색 톱에 스트레이트 진만 더하면 충분하거든요. 더 로우의 수백만원대 슬리퍼부터 무지의 1만원대 플립플롭까지 선택지도 다양하고요. 특히 요즘같이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언제 ‘진짜’ 가을이 올지 미지수일 때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룩이죠.
한때는 소개팅 금기 품목이었던 플립플롭이 이제 뭘 좀 아는 이들의 필수 아이템이 됐습니다. 그러니 다음 약속에는 더 당당하게 신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