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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주얼리와 파인 주얼리 사이에는 어떤 주얼리가 있을까?

하이 주얼리와 파인 주얼리 사이. 중간계에 존재하는 보석의 세계.

‘틱톡의 마리 앙투아네트’. 인플루언서 베카 블룸(Becca Bloom)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계 미국인 부호의 딸인 그녀는 베르사체 접시에 고양이 밥을 준비하는 루틴과 에르메스 쇼핑백을 산처럼 쌓아 올린 ‘쇼핑 하울’로 유명해졌다. 지난 8월 28일 이탈리아 코모 호숫가 빌라 발비아노에서 열린 결혼식도 이슈였다. 무려 95장의 사진과 함께 <보그>에 공개한 웨딩 스타일은 ‘콰이어트 럭셔리’의 정반대였다. 전야제를 위한 아이스크림 시퀸 장식 2003년 샤넬 오뜨 꾸뛰르 드레스와 예식에 입은, 작약 모티브 자수를 더한 오스카 드 라 렌타 드레스는 공주 같은 결혼식을 꿈꾸는 여성의 무드보드에 오를 만했다. 가장 크게 이슈가 된 건 주얼리였다. 리허설 디너에서는 불가리의 ‘투보가스’ 주얼리를, 본식에서는 반클리프 아펠의 ‘폴리 데 프레’ 목걸이와 귀고리, 반지 세트를 착용했다.

그녀의 웨딩 주얼리를 두고 틱톡과 인스타그램은 불타올랐다. 보통의 틱톡커가 H&M 하울을 소개하듯 주얼리 쇼핑을 즐기는 그녀가 결혼식에 착용한 보석이 과연 하이 주얼리가 맞는지, 더 거대한 스톤으로 장식된 주얼리를 왜 착용하지 않았는지 등. 하지만 반클리프 아펠 웹사이트에서 ‘폴리 데 프레’ 목걸이는 총 23.95캐럿의 다이아몬드 230개가 세팅된 ‘하이 주얼리’라고 명시되어 있다. 정확히 6억6,750만원이라는 가격과 함께. “베카 블룸의 주얼리는 모두 ‘폴리 데 프레’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 맞습니다.” 베카 블룸의 결혼식이 공개된 직후 만난 반클리프 아펠 홍보 팀은 하우스에서 가리키는 하이 주얼리의 정의가 폭넓다고 말했다. 반클리프 아펠은 진귀한 스톤을 얼마나 사용하느냐에 따라 하이 주얼리와 기본 주얼리로 나뉜다. 즉 익숙한 디자인이라도 다이아몬드를 얼마만큼 세팅했느냐에 따라 기본 주얼리와 하이 주얼리가 된다는 것. 또 어느 주얼리 메종에서는 세상에 몇 피스 존재하지 않는, 즉 많이 생산하지 않는 극소수의 진귀한 보석을 하이 주얼리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하지만 요즘 주얼리업계는 그 중간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세미 하이 주얼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밀라노 컬렉션을 통해 새로운 주얼리 컬렉션 ‘쿠뢰르 비방뜨(Couleur Vivante)’를 선보인 프라다는 공식적으로는 파인 주얼리 컬렉션이지만 다양한 스톤 때문에 그보다 한 단계 위로 여긴다고 했다. 애미시스트, 아쿠아마린, 마데이라 시트린 등을 활용한 컬렉션은 독특한 컬러가 매력적이다. “사용된 스톤은 원석부터 커팅, 연마 과정을 모두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고, 독립 감정 기관에서 발행한 주요 정보가 담긴 인증서도 함께 제공됩니다.” 스톤에 쏟는 정성은 하이 주얼리에 가깝기에 ‘세미 하이 주얼리’라 부르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각각의 피스는 아우라 블록체인 컨소시엄(Aura Blockchain Consortium)에 기록되어 고객이 주얼리 진품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이 카테고리를 ‘미드 주얼리’라 부르는 브랜드도 있다. “‘포스텐’과 ‘샹스 인피니’ 등 하우스를 대표하는 컬렉션은 모두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루비 등 스톤 사용 여부에 따라 기본적인 파인 주얼리 컬렉션과 하이 주얼리 컬렉션까지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프레드 하우스는 이 중에서도 2,000만원대에서 6,000만원대에 이르는 주얼리는 이른바 미드 주얼리로 분류한다고 덧붙였다.

티파니에서 새로 선보이는 ‘버드 온 어 락’ 컬렉션 역시 이 중간 단계 컬렉션에 속한다. 브랜드가 자랑하는 유산인 ‘버드 온 어 락’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은 기본적으로는 파인 주얼리 컬렉션이다. 하지만 1,500만원대 다이아몬드와 플래티넘 귀고리, 3,200만원대 목걸이가 자리하는 컬렉션이기에 상위 컬렉션에 속한다. 다만 그 이름을 정확히 알리지 않을 뿐이다. 지난 6월 버지니아 오크 스프링 농장 행사에서 만난 본사 팀은 좀 더 특별하다고 이야기했다. “기존에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서 볼 수 있었던 ‘버드 온 어 락’ 디자인을 더 다채롭게 해석한 만큼 더 특별한 아이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좀 더 조심할 수밖에 없는 것. “우리는 3,000만원대에서 1억원 정도 하는 주얼리를 이른바 ‘하이브리드’라고 부릅니다. 파인 주얼리라기엔 비싸지만 하이 주얼리처럼 아주 소수의 고객을 위한 건 아니죠.” 브랜드명을 밝히지 않은 어느 홍보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또 다른 브랜드 홍보 담당도 자신만의 은어를 알려주었다. “주얼리, 미디엄 하이 주얼리, 하이 주얼리,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눕니다. 하지만 외부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그 중간 단계를 알리진 않습니다.”

이 금액대의 주얼리는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 샤넬의 ‘레 시그니처 드 샤넬’ 컬렉션이라 불리는 디자인도 파인 주얼리와 하이 주얼리를 모두 오간다. “루반, 꼬메뜨, 까멜리아, 리옹, 플륌 드 샤넬, N˚5까지 샤넬의 가장 아이코닉한 모티브를 담은 컬렉션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샤넬은 이 카테고리를 모두 하나의 컬렉션으로 여기고 하이 주얼리와 파인 주얼리를 모두 선보이면서 더 많은 선택권을 선사한다.

까르띠에 역시 마찬가지다. 하우스의 아이콘으로 손꼽는 ‘러브’ 컬렉션은 다이아몬드 파베 여부에 따라 두 가지 카테고리를 오간다. 다만 다른 브랜드보다 내부에서 정한 카테고리가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 풀 파베 세팅을 더한 팬더 컬렉션이 파인 주얼리에 속합니다. 고객이 사랑하는 까르띠에의 상징은 대부분 아이콘 컬렉션이라 부릅니다.” 까르띠에 팀의 설명이다.

불가리도 이 중간 세상을 다르게 구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 파베 세팅의 ‘세르펜티 바이퍼’ 목걸이와 ‘디바스 드림’ 귀고리, ‘투보가스’ 목걸이 등도 파인과 하이 중간쯤에 위치한다. 가격대도 3,000만원대에서 9,000만원대다. “젬스톤이나 다이아몬드 풀 파베 제품은 ‘알타감마’ 주얼리로 불립니다. 더 높은 가격대의 하이 주얼리와 다르게 나누고 있습니다.”

“사실 거의 모든 고객이 엔트리 레벨 주얼리를 사들이는 지금, 브랜드는 그다음을 노리고 있습니다.” 소속을 밝히지 못하는 한 주얼리 브랜드 홍보 담당자는 이 카테고리의 유행이 주얼리 대중화 덕분이라 말했다. 누구나 18K 골드 브레이슬릿 하나쯤은 지니고 있는 시대이니 다음은 미드 주얼리를 구입하도록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것. “아직 하이 주얼리를 맘껏 구입할 순 없지만 그 아래를 욕심낼 법한 고객을 유혹하는 거죠.”

이 카테고리의 상승세에는 실용성도 큰 몫을 차지한다. 모두가 베카 블룸처럼 30캐럿짜리 루비가 달린 하이 주얼리 목걸이를 매일 하고 다닐 순 없다. 하지만 3캐럿 정도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매일 착용해도 부담스럽지 않다. 몇 해 전 <뉴욕 타임스>는 ‘코코 크러쉬’와 ‘러브’ 등 골드 브레이슬릿이 중산층의 사회적 지위를 암시하는 일종의 시각적 단서라고 정의 내렸다.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여성의 공통점은 바로 팔목에 누구나 알아챌 만한 브랜드의 팔찌를 차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과 다른 취향과 많은 자산을 자랑하면서도 특별해질 수 있는 방법은? 다이아몬드를 풀 파베 세팅한 디자인을 더하는 것. 그렇게 이른바 중간계의 전성기가 시작되고 있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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