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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록 “온몸으로 격파해야지만 가닿을 수 있는 세계까지 가고 싶어요”

온몸으로 격파해내야만 가닿을 수 있는 세계. 김신록은 그곳으로 간다.

코트, 셔츠, 모두 잉크. 팬츠, 코스. 귀고리, 포트레이트 리포트. 신발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지난번 <지큐>와의 만남이 어느새 3년 전이에요. 그간 안녕하셨어요?
SR 전생 같은데요!(웃음) 어···.
GQ 안녕하셨는지 한참 곱씹어보시네요.
SR 지난 3년 어떻게 지냈나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네, 바쁘게 잘 지낸 것 같아요.
GQ 다시 만나면 감사 인사 먼저 전하고 싶었어요. 그때 어린 날 연극 무대를 보여 주시며 “연극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라는 거다”라던 아버지 말씀에 무어라 화답하겠느냐 물었더니, “집에 가서 깊이 생각해보고 말씀드릴게요” 했죠. 반신반의했는데 다음 날 정말 답을 보내셨고요.
SR 아!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뭐라고 했나요, 제가?
GQ 답신 그대로 읽어드릴게요. “아버지가 나의 발화점인 것 같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것 같아요. 유전적인 기질도, 연극에 대한 열정도, 학문에 대한 관심도 아버지로부터 점화된 것 같아요. 중학생인 저를 극단에 데려가서 ‘연극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라는 거다’라던, 지금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 게 화답하자면 ‘저는 연극하는 삶 속에서 때때로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SR 캬···, 한 문장 한 문장이 거의 뭐 시조구먼. 하하하하. 읽어봐 주시니까 기억이 나네요. 감사합니다.
GQ 연극하는 삶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네요.
SR 네, 그렇죠. 엊그제 연극 보고 가셨다는 말씀 들었습니다.
GQ 관객으로서 경험한 여러 감상을 이야기해보기 전에, <프리마 파시>는 어떻게 닿은 작품이에요?
SR 제작사 쇼노트에서 작년에 대본을 보내주셨어요. 내년에 극장을 잡을 건데 같이해 줬으면 좋겠다고. 아주 도전적인 작품이었어요. 분량도 정말 많고, 그리고 파트 1과 파트 2가 굉장히 다른 세계관을 연기해야 하는 작품이라서 흥미로웠고, 주제적으로도 이 시대에 아주 의미가 있겠다, 하지만 논쟁적일 수 있겠다, 이걸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까, 뭐 이런 고민들을 하면서 1년을 보내다 올해 여러 스케줄 등 현실적인 것들까지 고려해서 할 수 있게 됐죠. 그리고 제가 작년에 조승우 선배님의 연극 <햄릿>을 봤는데 연기를 ‘너어무’···, 늘 제가 “연기에 잘하고 못하고가 없다” 막 이렇게 말하고 다녔는데, 연기를 너무 잘 하시는 거예요. 유려하게. 뮤지컬, 영화, 드라마에서 쌓아온 다양한 무기를 막 이것 꺼냈다 저것 꺼냈다 하시면서 헤쳐 나가시는 걸 보면서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무기가 있다면, 장착해온 무기가 있다면, 그걸 이것저것 꺼내가면서 저렇게 무대에서 한몫을 해내는 배우가 한번 돼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해서 하겠다고 수락을 했어요.

코트, 셔츠, 모두 잉크. 팬츠, 코스. 귀고리, 포트레이트 리포트. 신발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그러나 무대 위에 그 어떤 동료도, 최소한의 무대 장치를 제외한 아무 요소도 없이 온전히 혼자 120분을 이끌어나가는 1인극이기도 하잖아요.
SR 한편으로는 부담스럽지만 또 한편으로는 안전하고 편안한 게 있어요.
GQ 오히려.
SR 어떤 점이 그렇냐면, 만약 파트너가 있으면 어떤 부분에서 해줘야 될 몫을 계속 놓치지 않고 해줘야 되는데, 이건 어쨌든 2시간 동안 제가 실시간으로 계속 흘러가니까 여기서 어떤 부분이 미흡하더라도 다음 장면에서 이것이, 뒤늦게 유예된 시간이 나에게 밀어닥칠 걸 믿으니까, 그냥 훨씬 더 정직하게 자연스럽게 해나갈 수 있게 돼요.
GQ 120분이 언제 흘렀나 싶게 휘몰아쳤는데 말이에요, 곱씹어볼수록 더 진해지는 찰나들이 있어요. 가령 테사의 엄마가 “가자, 아가” 하던 순간.
SR 으응! 18장의 그 순간. 굉장히 좋아해요, 저도. 이 작품이 테사라는 여자가, 정말 이성과 논리와 또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믿던 사람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이야기잖아요. 파트 2가 시작될 때는 (파트 1에서) 782일이 지난 시점이고 모두가 이미 이 여자가 바닥까지 무너졌다고 생각하지만, (파트 2에서)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또 무너지고, 그러니까 거기가 바닥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지하가 또 있었죠. 그러다가 부아 디르(Voir Dire, ‘진실을 말하다’라는 의미의 프랑스어이자 재판 과정에서 배심원이나 증거, 증인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절차를 뜻하는 법률 용어)에서 이 여자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니까 그때가 마치 회복의 순간 같지만, 사실은 더 더 밑 까지···, 왜냐하면 자기가 믿었던 세계를 실시간으로 계속 부정하면서 다시 더 밑으로 밑으로 내려가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 작품의 진정한 회복의 씨앗은 굉장히 마지막 순간에야 있다. 섣불리 생각하면 그 희망과 회복의 순간을 더 앞당겨서 연기할 위험이 있는데, 사실은 진짜 회복의 씨앗, 진짜 회복의 시작은 정말 정말 마지막 순간에야 도래하는 것 같아요. 그것도 “회복!”이 아니라 회복할 것이라는 것, 다른 미래가 도래할 것이라는 것에 대해 작지만 강력한 믿음이 탁 생기는 순간 같아요. 그 믿음을 새로운 발판 삼아서, 새로운 대지 삼아서, 마치 지구에 새로운 가이아가 융기하는 것처럼 새롭게 융기한 대지 위에 첫발을 탁 내딛는 장면이 바로 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원래 그 대사가 영어로는··· “가자”가 뭐라고 돼 있지, “Let’s Go”는 아닐 테고. 어쨌든 “가자, 마이 러브 My Love”라고 되어 있어요. 다른 배우들은 “가자, 우리 딸”이라고도 하고(<프리마 파시>는 김신록, 이자람, 차지연 배우 트리플 캐스팅이다), 저도 “우리 딸”도 했다가 “아가”도 했다가 하는데, 저는 여기서 중요한 게 이 인물(테사)이 순간 신생아가 된 것처럼 이런 대사를 하잖아요, “무엇을 붙잡아야 할지 모르겠어. 어떻게 일어나는지. 어떻게 이 법정을 걸어 나가는지. 어떻게 이 건물을 벗어나는지”. 그러니까 마치 정말 신생아처럼 일어나는 법, 걷는 법을 잃어버린 거죠. 다 무너지고 어떻게 일어나야 되는지 모르는데 이 여자가 “내가 아는 것은 오직 어디선가,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 반드시 바뀌어야 된다는 것”, 이 앎을 겨우겨우 붙들고 두 발로 처음 서는 신생아 같다. 그 이미지에서 “아가” 쪽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엄마가 테사를 “아가”라고 불렀으면 좋겠고, 테사가 다시 태어난 것처럼 생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것은 회복의 이야기고 생존의 이야기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저도 그 순간을 정말 좋아해요.
GQ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연유였는데 선명해지네요. 맞아요. 테사의 삶이 산산 조각나고 엉망진창이 된 것 같지만 그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우린 그냥 계속 앞으로 가면 된다고 하듯 툭 던지는 “가자, 아가”가 힘이 됐어요. 배우에게도 그런 순간이었군요.
SR 네. 그 부분이 굉장히 짧게 지나가지만 그 부분이 잘 연기되어야 회복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저도. 연습할 때는 거기가 마지막 장이다 보니 마지막에 찾아지고 연습된 부분이라서, 그 장을 하기 전까지는 (숨을 꺼이 꺼이 몰아 쉬며) ‘나 죽여 살려’ 하면서 막 무너지는 부분들을 연습하고 집에 가면 너무 힘든 거예요. 심신이 산산이 부서진 채로 집으로 자꾸 가게 되고, 그래서 ‘뭔가 너무 힘든데 뭐가 문제지?’ 했는데, 후반에 그 부분을 딱 쌓아 올리고 나서는 오히려 되게 큰 회복의 기운으로 집에 돌아가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도, 관객분들이 보시고 정말 안 힘드냐, 이걸 몇 번씩 어떻게 하냐, 심신 괜찮냐고 말씀하시는데, 오히려 그 장면을 관통할 수 있어서 마치 계속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좋은 회복의 시간을 갖고 있어요.

레더 재킷, 페라가모.탱크톱, 로에베. 귀고리, 먼데이.

GQ 이번 무대와 객석이 원형 구조라서 알게 모르게 관객들의 움직임이 보여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꾸 얼굴에 손이 가는 사람들이 느껴지는 거예요.
SR 응, 응, 응.
GQ 특히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뿌연 안개 같던 테사 머릿속에 갑자기 불이 탁 켜지는 순간을 기점으로 많은 사람이···, 모르겠어요, 눈이 간지러운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게 눈물을 훔치는 것이지 않을까 싶은 감각이었어요. 그런 움직임도 하나의 연극 요소 같았어요.
SR 저는 그게 진짜 되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시대에 연극이 할 수 있는 몫이라거나 연극의 가치가 뭘까 생각했을 때, 왜냐하면 영상 매체가 너무 잘돼 있잖아요. 숏폼부터 시리즈물까지 다양한 시간성의 이야기와 디테일 한 것부터 러프한 것까지 각종 주제와 소재도 너무 다양해서, 연극이 할 수 있는 몫이 이야기 들려주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그렇다면 뭘까 생각했을 때, 현장에서 몸들이 서로 마주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어떤 실시간의 화학 작용들, 그리고 실시간의 몸의 뒤섞임들, 이런 것들이 일어나야지 좋은 공연이고, 그리고 배우가 할 일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이 언어 너머의 세계까지 길어 올리는 일을 해야 된다 생각해요. 제가 이 작품을 할 때 무대에서 해야 할 몫이 뭘까 고민하다가 제 입에서 나온 결론이 있는데, ‘몸으로 격파해내야지만 가닿을 수 있는 세계까지를 열어 젖혀서 보여주는 것, 이것이 연극의 몫이다’예요. 지금 저는 그 일을 하려고 무대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요.
GQ 몸으로 격파해내야지만.
SR 몸으로 격파해내야지만 가닿을 수 있는. 그러니까 언어를 잘 발화하거나 이야기를 잘 들려주는 것만으로는 가닿을 수 없는 세계가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어떤 방식의 몸을 통해서 그 세계까지 열어 젖히는 것.
GQ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까?
SR 전력을 다하고 있죠. 공연을 올린다는···, 그러니까 공연의 매력은 전력을 다 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것 같아요. 연극을 하면 마치 태릉 선수촌에 들어간 것처럼 1년에 두세 달을 아주 인텐스하게, 정말 심신 전 존재를 받쳐서 무대에서 2시간을 탁 살아야 하는 훈련을 하는 기분이에요. 그래서 정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전력을 다한다고 말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몇 안 되는 순간들을 살고 있는 거죠.
GQ 김신록 배우가 요즘 연재하고 있는 칼럼 ‘김신록의 정화의 순간들’에서 발췌 해온 문장이기도 해요.
SR 아아.(웃음)
GQ 잠깐 짚자면,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은 건가요?
SR 네, (<씨네21>에서) 제안이 왔어요. 글 좀 써주세요. 글을 써달라는 제안은 신문, 잡지, 이런저런 매체에서 오곤 했는데, 최근에 제가 글을 좀 쓰고 싶었어요. 저는 어떤 형식의 글이든, 예를 들면 논문이든 학회지 글이든 인터뷰든 써오던 사람인데 어느 순간부터 안 쓰며 보낸 것도 있고, 너무 바쁘기도 했고, 그러니까 바쁘다는 게 시간을 못 낸다는 게 아니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살고 있지 않은 거죠. 그래서 이제 ‘내가 글을 못 쓰는 사람이 됐구나’, ‘이제는 글을 못 쓰겠구나’ 뭐 이런 생각도 들어서 조금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는데, 마침 제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 싶기도 하고 글을 다시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할 때 제안이 딱 와서, 전문 용어로 타이밍이 맞았죠.
GQ 연극에, 원고 마감에, 마냥 편히 눕게 만드는 일은 아닐텐데 말이에요.
SR 그 전에 글을 쓸 때는 정해진 기간 안에 청탁 받은 주제나 소재로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머릿속으로 구조가 서면 탁 앉아가지고 그 구조대로 쫙 글을 썼어요. 물론 쓰면서 새롭게 열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구조나 흐름을 가지고 글을 썼는데, 요새는 어떤 느낌, 어떤 기분, 어떤 감정 같은 게 강렬하게 들 때 이에 대한 글을 써봐야 되겠다 하고 일단 그냥 써요. 써지는 데까지만 좀 쓰고, 있다가 또 생각나면 또 쓰고. 그래서 어떤 글 안에서도 한 문장 사이에 일주일이 흐르기도 하고, 시간이 뒤섞이고, 이런 게 저한테 재미가 있어요. 그걸 그대로 드러내는 것도 재밌고. 글이 나를 이끌어주는 대로 따라가는 경험을 하고 있고, 그렇게 나온 글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글과 함께 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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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정화의 순간들’이라는 대제목은 누가 지었어요?
SR 논의할 때 제가 제안한 것은 ‘회복 일기’ 이런 것도 있었고 몇 개가 있었어요. ‘정화의 순간들’을 제안하셨는지 제가 제안한 것 중에서 골라주셨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튼 논의를 통해 몇 가지 제안이 오가고 그랬습니다.
GQ 김신록 배우가 생각했던 제목은 ‘회복 일기’군요.
SR 회복 일기.
GQ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했나요?
SR 네.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아까 말했듯이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이 돼 간다는 생각. 그리고 돌아보지 않고,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막 주마간산으로 일들을 해나가는데···, 사실 그게 갖는 힘이 있거든요? 주마간산이 다 나쁜 게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음···, 막 스쳐 지나가며 스케치하는 형식으로 어떤 것들을 일필휘지로 화아악 일을 해나가다가 좀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해나가고 싶다, 해나갈 때가 됐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시 내가 가지고 있던 어떤 좋은 부분들, 그리고 내가 일하면서 좀 잃어버린 부분들이 있다면 다시 그걸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GQ 아까 “전력을 다하다”라는 표현은 연재 첫 번째 글 ‘절룩거리며 찾아 나설 정화의 순간들’에 나와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사사로움으로 마음이 어지럽다면 전력을 다한 누군가의 깨끗하고 사심 없는 한순간을 목격하러 함께 가보자.” 우선, 전력을 다한 순간을 저 역시 목도했다고도 느껴요.
SR 그게 더 잘되고 더 못되는 날이 있긴 하지만, 네. 그런 시간 속에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의 가치를 믿고 그것을 시도하는 시간 속에 있는 것 같아요.
GQ 이 문장이 나오기 전의 서술에도 마음이 갔어요. “여러 사람과 사연과 목적과 욕망과 돈이 뒤엉킨 산업의 한복판에 있다 보니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사사롭고 오염된 마음의 덫에 걸려들기 십상이었다”던.
SR 모든 현대인은 그런 순간들의 뒤범벅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순간이 많죠. 어떤 이해관계, 비즈니스의 생리, 산업의 흐름, 이런 것들을 보는 눈은 너무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모든 실용적인 일들을 해나가면서도 ‘이것이 사실은 무엇을 위해서인가’ 혹은 ‘그래서 이 모든 실용적인 것들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를 잊어버리는 순간, 되게 초라하고 값어치 없는 일들이 되는 것 같아요.
GQ 너무나.
SR 그걸 놓치지 않는 게 너무 중요하다고 느껴요. 그래서 아까 “연극은 몸으로 격파해내야지만 가닿을 수 있는 데까지 가는 거다”라는 질문과 답변이 어떤 곳에서 나오는 거냐면, 예를 들면 연극 연습을 하다 보면 그래서 여기서 손을 이렇게 해, 저렇게 해? 말을 이렇게 해, 저렇게 해? 뭐 이런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것들을 고민한단 말이죠. 여기서 그래서 동선을 이렇게 써, 저렇게 써? 그러면 이 장면에서 지금 해야 하는 일이 뭐야? 예를 들면 제나가 잘 보여야 돼. 오케이, 그럼 제나가 잘 보여야 되는 이유는 뭐야? 왜냐하면 여기서는 구조적으로 이런 인물이니까. 그래, 그러면 이 제나가 잘 보이기 위해서는 무슨 일을 해야 돼? 말을 잘해야 돼? 이렇게 하나 하나 하나 더 깊이 들어가다 보면, 그래서 궁극적으로 ‘내가 해야 될 일이 뭐야?’, ‘내가 무슨 일을 하기 위해서 이런 고민들, 이런 질문들을 하는 거야?’까지 가면, 그다음에 그래서 이쪽으로 돌아, 저쪽으로 돌아? 대사를 이렇게 해, 저렇게 해? 무슨 템포로 해? 이런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것들이 역으로 굉장히 다 가치와 의미를 갖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코어의 코어까지 묻는 질문 없이, 혹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잊고 그냥 이쪽으로 돌아 저쪽으로 돌아, 이거는 진짜 별거 아닌 일인 거예요. 대사 이렇게 해 저렇게 해, 이건. 그런데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무대는 만들어질 수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깜빡 속아서 이렇게 해 저렇게 해, 이것만 체크 체크 체크해서 일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그냥 내 꾀에 내가 넘어가는 거죠. 되게 일이 쉽고, 내가 더 수완이 좋아진 것 같고, 더 유능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사실은 더 잃어버렸고, 더 무능했고, 더 어리석었던 거죠. 그런 어떤 덫에 걸리는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 내가 더··· 더 유능해졌다고 믿었던 순간들이 더 어리석어지는 순간들이었구나’, 이걸 좀 깨닫게 되는 시간들이 있었고, 뭐라고 해야 될까···, 그래서 덜 효율적인 방식으로 글도 써보고, 연기도 해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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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지난번 <지큐>와 만난 때는 드라마 <방법>, <지옥>으로 영상 매체까지 활동을 확 넓히던 시기였고 이후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작품이 오갔죠. 이 시간 동안 특히 심화된 생각인가요?
SR 그럴 수 있죠. 제가 지금 연극을 하고 있으니까 작품을 예로 놓고 보면, 어떤 장면이 해결이 안 될 때 디테일을 물고 늘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전체를 굉장히 러프하게 화악 흘려보면 그 장면을 알게 되기도 하고, 뒤를 풀면 앞을 알게 되기도 하고, 혹은 안 풀리는 장면을 템포를 높여서 확 빨리 해보면 알게 되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음···, 거친 방식이더라도 어떤 것을 밀어붙여서 확 해내보는 일을 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그러면서 확실히 알게 되는 것들도 있었고, 확실히 더 편하게 더 잘하게 된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것은 저에게 또 중요한 자산이고. 하지만 그러면서 잃어버렸던 부분들을 지금 좀 회복하는 시간이라고 할까요? 그 거칠게 밀어붙였던 부분들에 이제는 디테일을 메우고 깊이를 더하는 그런 시간이 오면 좋겠다···, 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GQ 참 신기한 게, “사사로움으로 마음이 어지럽다면 전력을 다한 누군가의 깨끗하고 사심 없는 한순간을 목격하러 함께 가보자”라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나에게 구원이었던 예술의 순간들. 예술가의 얼굴이 떠오른다”라고도 했고요. 여기서 말하는 깨끗하고 사심 없는 한순간이 곧 예술의 한 장면과 같은 말이라고 느껴지는데요.
SR 응, 응. 
GQ 사적인 이야기지만 저 역시 사사로이 마음이 어지러울 때 주저 없이 한 일이 난생처음 저 멀리 땅끝 마을에 피아노 공연을 보러 가는 일이었어요. 인간이 오롯이 인간의 몸으로 행하는 어떤 한순간을 마주하고 싶었어요. 김신록 배우도 어느 날 판소리 공연을 보기 위해 부산까지 내달린 적이 있다고 한 걸 보면, 전력을 다한 누군가의 깨끗하고 사심 없는 한순간을 목격해야 채워지는 갈증은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본능인가 싶기도 해요.
SR 그러게요. 일단은 그것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막연하게 그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일 텐데, 그것은 뭐냐 하면 누군가가 내 앞에서 애를 쓰는 것. 그런데 그게 자기의 이익, 아주 선명한 어떤 이익을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봤을 때 되게 보잘것없지만 그 사람은 자기가 무척 가치 있다고 믿는 것을 위해서 아주 애를 쓰는 것이고, 그것을 보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그 사람이 잘 훈련되어 있고 일에 대한 기술이 있을 때, 그것이 또 어떤 아름다움이나 완성도까지 다 갖췄을 때, 그러니까 그냥 막 발버둥치는 게 아니라 어떤···. 
GQ 고도로 정제된. 
SR 응, 고도로 정제된 그 사람의 애씀. 그것이 하나의 어떤 오롯한 순간을 탁 보여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순간에 정말 불꽃의 가장 깨끗한, 불꽃의 가운데를 보는 것 같은, 개안하는 것 같은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아요.
GQ 그것을 행하시는 주체에게도 그런 순간이 분명히 있나요?
SR 보는 사람에게, 내가 지금 하는 일을 보는 누군가에게 그런 순간을 줄 수 있다는 걸 알죠. 그래서 어떻게 했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찾으려고 하는 거고. 나한테도 그건 동시에 일어나는 일인 것 같아요, 응. 그래서 말 그대로 ‘여기서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뭐야?’ 이걸 계속 묻는 거죠. 그냥 ‘왼쪽으로 돌아, 오른쪽으로 돌아’ 이게 아니라, 이 일을 하는 그 이면에서, 그 밑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걸까?’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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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3년 전 김신록이라는 인물은 “창발하다”라는 표현에 매료돼 있다고 했어요. 요즘은 어떤가요?
SR 창발하다. 맞아요. 요즘은 아까 말한 “몸으로 격파해야지만 가닿는 세계까지 가고 싶다”, 여기서 가닿는 길로 이 문장을 생각했어요. 표방하지 않는 것. 표방하지 않고 진짜 하는 것. 표방이라는 게 어떤 주의와 주장을 겉으로, 그러니까 ‘겉 표表’ 자를 쓰니까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이해할 때, 그냥 그 일을 하면 되는데 그 일이 무슨 일이다, 혹은 그 일을 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면 그건 사실 약간 다른 일을 하는 거죠. 그걸 드러내는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그렇지 않고 그 일을 정말로 한다는 건 뭘까···. 그걸 해야 한다. 어떤 때는 연기를 딱 하고 나서 ‘방금 그 장면은 어떤 걸 표방한 것 같다’, 그러면 그걸 더 걷어내고 정말 그 일을 해야 되겠다, 이런. 이 사람을 설득하면 되는데 ‘설득한다는 걸 표방한다’가 되면, 그냥 설득하는 것, 표방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생각이 있어요. 그렇게 했을 때 몸의 세계로 가는 것 같아요. 표방하는 건 기호의 세계 같고.
GQ 예술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SR 어떤 순간을 주는 것 같아요. 어떤 순간. 그리고 그 순간은 아주 짧지만, 아주 작지만, 우리가 처음 말한 시간의 미스터리처럼, 예를 들어 아주 짧은 순간이 영혼을 지배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미스터리한 일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부산영화제에서 <더 리더>라는 영화의 GV를 했어요. 마이클 버그라는 남자 주인공이 열아홉 살 한여름의 방학에 우연히 마주친 여자, 자기보다 나이가 더블은 많은 한나 슈미츠라는 여자랑 뜨거운 시간을 보내요. 정말 열애의 시간을 보낸 거죠. 그런데 그 여자가 갑자기 사라져버려요. 짐을 다 정리하고 가버려요. 그래서 그는 그 여자한테 사로잡혀서 혹은 그 여자가 아니라 그 시간에 사로잡혀서 나머지 인생을 조져버려요.(웃음) 나중에 둘이 무슨 사이였냐고 물어보는 누군가에게 “한 해의 여름을 같이 보냈다. 연인이었다. 그런데 함께 보낸 시간은 한 해의 한여름뿐이었다”고 말해요. 그 한 해의 한여름이 그의 전 인생을 지배한 거예요. 그러니까 그것처럼, 어떤 아주 짧은 순간이 영원을 지배하기도 하는 것처럼, 예술에서 맞닥뜨리는 구원의 순간 같은 건 아주 작고 강렬한 한순간 같아요. 어떨 때는 잊어버리기도 하는 것 같고. 하지만 그 순간이 내 인생의 어떤 축을 약간 틀어놓는 것 같아요. 어떤 강력한 순간이. 그래서 저는 믿어요. 그게 그런 미스터리한 어떤 힘을 갖는다는 것. 특히나 공연 예술은 사라져버리는 순간이지만.

니트, 프라다. 안경, 프라다 by 에실로룩소티카.

GQ 지금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남편분과는 잘 지내고 있어요?
SR ‘너어무’ 잘 지내고 있어요.
GQ 예전 어느 인터뷰에서 전한 답변이 순간 기억나서요. 질문이 뭐였는지는 희미해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나요?”였나.
SR 맞아요, 맞아요.(웃음) 그런 질문이었을 거예요.
GQ 답이 인상 깊었어요. 그저 나의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과 잘 지내려고 한다고.
SR 가장 가까운 사람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것.
GQ 그 답변은 여전히 유효한가요?
SR 그런 것 같아요. 삶에 연습은 없잖아요. 하지만 무대라는 건 공교롭게도 아주 안전한 곳에서 삶을 연습할 수 있는 시간 같아요. 물론 연습하고 그다음 본판이 따로 있고 이건 아니고, 거기서 막 어떤 것을 겪어내고, 또 때로는 이번 <프리마 파시>처럼 그게 허구가 아니고 삶에 굉장히 맞닿아 있는 실제적인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극장이라는 안전한 실험실에서 이야기를 격렬하게 나눠보고, 거기서 변화된 우리의 몸과 마음이 극장 문을 막 넘어 흘러넘쳐서 다시 삶으로 돌아가는 이런 일을 겪는 거죠. 그것처럼 남편이라는 나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은 나와 지지고 볶고 어떤 격렬한 일을 겪는 사이 같아요. 이것들을 잘 겪어내고 잘 해나갔을 때, 그렇게 집 밖을 나설 때,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사이에서 변화된 몸과 마음이 현관문을 막 흘러넘쳐서 일하는 자리로까지 오는 거잖아요. 문 닫힌 극장 안에서, 문 닫힌 집 안에서, 좋은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것. 그리고 좋은 물리 작용을 일으키는 것. 그걸 잘해보려고 정말 전력을 다했을 때, 문 밖에서 일어나는 일도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GQ 팁 하나만 알려주세요. 가장 가까운 타인과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SR 일단 마주 보는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GQ 오롯이 물리적으로 마주 보는 시간?
SR 네. 오롯이 물리적으로 마주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만나는 시간 없이 잘 지낼 수는 없잖아요.
GQ 그것이면 충분합니까?
SR 그게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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