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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추구미와 도달미는 무엇입니까?

이건 그러니까 긴 머리를 단발로 자르면서 아이유가 되기를 바랐으나(추구미), 최양락이 되고 말았다(도달미)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바야흐로 2026 캐릭터의 시대. ‘내가 되고 싶은 나’와 ‘도달할 수 있는 나’의 간극에서 좌절하고 있다면, 추구미와 도달미를 직접 비교해보라. 파묻어둔 욕망이 고개를 내밀고, 자아 성찰의 시간이 펼쳐질지니! <보그>의 9인이 앞장서 고백해본다. 패션 브랜드로 확인하는 나의 추구미와 도달미에 관하여. 결국 나를 찾는 것에 관하여.

사진: GoRunway, 콜라주: 한다혜

사랑스러움 vs 모노 시크

가끔은 컬러를 입고 싶다. 원색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파스텔 톤 드레스, 빈티지 스토어에서 찾아낸 가죽 재킷에 과감한 패턴(이를 테면 레오파드 같은) 슈즈로 대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멋을 추구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블랙, 블랙, 블랙이다. 변주해봤자 하얀색, 회색, 네이비를 섞는 정도에 머문다. 패턴이라 하면 스트라이프 정도가 최선이며, 실루엣도 직선 위주다. 용기가 없는 탓은 아니고, 그저 어울리지 않아서다. 몸은 판판하고 피부는 창백, 표정은 시큰둥한 내게는 어쩔 수 없이 모노톤, 심플한 게 착 붙는다. 성격은 전혀 안 그런데. 권민지 디지털 디렉터

Versace 2026 S/S RTW 
Chanel 2026 S/S RTW 

롱 & 린 vs 베이식

피비 파일로가 만든 모든 옷을 입고 싶었다. 우아하게 흐드러지는 소재와 직선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으로 완성한 가늘고 긴 ‘롱 & 린’ 스타일. 현실은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리다. 키가 크지만 모델처럼 가느다란 선은 가질 수 없었다. 너무 여성스럽거나 실루엣이 드러나는 옷은 부담스럽다. 결국 손이 가는 건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이다. 눈에 띄지 않으면 더 좋고. 가남희 디지털 에디터

Celine 2014 F/W RTW. Getty Images
Khaite 2025 Resort RTW
Celine 2016 F/W RTW. Getty Images
Khaite 2022 F/W RTW

담백 vs 달콤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쇼핑을 하고,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는 시간을 반복하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매니시하면서 담백한 옷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은 동글동글한 얼굴을 더 어려 보이게 만들 뿐, 기대했던 어른스러운 분위기는 좀처럼 따라오지 않았다. 내가 그려온 ‘추구미’는 남녀노소 누가 봐도 멋지다고 느낄 법한 무드를 지닌 룩이었지만, 그렇게 차려입고 거울을 보면 늘 어색했다. 엄마 옷을 몰래 꺼내 입은 아이처럼 말이다. 옷 입기를 좋아했던 나는 그렇게 ‘추구미’에 대한 미련을 오래전에 접었다. 대신 또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됐다. 나에게 잘 어울리는 건 의외로 화려한 옷이라는 것. 디테일이 많고, 조금은 과장된 실루엣의 아이템, 어딘가 특이한 옷 말이다. 적어도 그런 옷을 입고 거울을 봤을 때, 스스로가 낯설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밖으로 나서면 어김없이 듣는 말이 있다. “너니까 어울리지.” 아마 그 말은 이렇게 입는 게 어울린다고 느끼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조영경 디지털 에디터

Saint Laurent 2023 S/S RTW
Noir Kei Ninomiya 2024 F/W RTW
Saint Laurent 2026 Resort RTW
Chopova Lowena 2025 S/S RTW

멋스러운 미니멀 vs 깨끗한 미니멀

패션을 전공하던 학부 시절에는 요상하고도 실험적인 옷을 많이도 입었다. 그렇게 여러 스타일을 테스트한 끝에 최종적으로 마음에 남은 건 좋은 소재에 셰이프가 간결한 타임리스 룩. 케이트의 런웨이를 볼 때마다 ‘저대로 입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손이 가는 건 담백한 룩이다. 니트와 울, 몸의 곡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팬츠가 좋고, 화이트·브라운·그레이·블랙 같은 무채색을 입을 때 마음이 편안하다. 이인정 비디오 에디터

Khaite 2026 S/S RTW
Carven 2026 S/S RTW
Khaite 2025 F/W RTW
Calvin Klein Collection 2025 F/W RTW

에너지 vs 절제

추구미도 수천 개, 도달미도 수천 개. 최근에는 초포바 로위나, 노울스처럼 강한 개성과 에너지가 드러나는 옷에 끌린다. 하지만 결국 손이 가는 것은 프라다처럼 절제된 미니멀 룩이다. 그래도 마흔이 되기 전까지는 망설이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링을 시도해볼 생각이다. 그 모든 시도가 나만의 스타일로 수렴되기를 바라면서.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처럼, 돌고 돌아 결국 가장 나다운 스타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그 답을 찾는 중이다. 장소라 비디오 에디터

Chopova Lowena 2026 S/S RTW
Prada 1999 S/S RTW. Courtesy of Prada
Knwls 2026 S/S RTW
Prada 2025 S/S RTW

페미닌 vs 매니시

“내가 너였다면 평생 길쭉한 바지만 입을 텐데…” 언젠가 친구가 한탄하듯 말했다. 과장 조금 보태서 나는 <데스 노트>의 ‘류크’ 같은 내추럴 체형이다. 내가 좋아하는 나비 날개 같은 오간자나 새틴 소재, 과감한 리본이나 프릴이 달린 옷은 막상 입어보면 남의 옷을 잘못 빌려 입은 듯 어색하곤 했다. 20대 시절 다들 겪는다는 패션 카오스 시기를 지나며, 결국 옷장에 살아남은 것은 결국 각 잡히고 매니시한 옷. 그럼에도 매 시즌, 시몬 로샤와 슈슈통을 보면 여전히 눈길이 한번 더 가고 만다. 추구미 불일치의 슬픔이란! 한다혜 디지털 디자이너

Simone Rocha 2025 F/W RTW
Jil Sander 2025 S/S RTW

미켈레 보이 vs 에디 보이

팀원들의 (애정 섞인) 놀림을 각오하고 쓴다. 종종 ‘왕자님 같은’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가느다란 목에 얇은 목걸이를 차고, 어여쁜 색감의 상의와 다리 선이 훤히 드러나는 바지를 입은 왕자님 말이다. 지난 파리 패션 위크, 왠지 지켜줘야만 할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런웨이를 걷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모델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꼈다. 물론 내가 그런 옷이 어울릴 만큼 곱상하게 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지는 오래됐다. 나름대로 팔과 다리가 얇고 긴 편이라, 요즘에는 어설프게나마 가죽 재킷에 청바지를 매치하며 ‘에디 보이’ 흉내를 내고 있다. 안건호 웹 에디터

Valentino 2026 S/S RTW
Celine Menswear 2020 S/S RTW
Valentino 2026 S/S RTW
Celine 2023 S/S Menswear

덧붙이기 vs 덜기

취향이 먼저냐, 성향이 먼저냐. 추구미 하면 이런 머리 무거운 이야기부터 늘어놓게 된다. 이제껏 군더더기 없는 옷을 입었다. 마음에 드는 옷은 죄다 빚을 내서 사야 하는 수준이고, 예산 내에서 구매하자니 다 마음에 안 들었다. ‘왜 이렇게 쓸데없는 디테일을 넣어서 사기 싫게 만들까?’ 건방도 자주 떨었다. 결국 최대한 디테일을 덜어낸 옷을 골랐다. 하지만 요즘에는 나이 지긋한 아티스트가 컬러풀한 옷을 입고 배시시 웃고 있으면 그게 참 멋져 보인다. 지금 안 입어 버릇하면 늙어서도 안 입을까 하는 마음에 조금씩 디테일이 들어간 옷을 입어보려고 한다. 하솔휘 웹 에디터

Dries Van Noten 2003 F/W RTW. Getty Images
Calvin Klein 1999 F/W RTW. Getty Images
Dries Van Noten Menswear 2026 S/S RTW
Calvin Klein 1998 F/W RTW. Getty Images

로맨틱 vs 캐주얼

얇아 보이고 싶다. 린 & 롱은 딱 맞지 않는 단어인 것 같고, ‘낭창낭창 룩’에 가깝다고나 할까? 1990년대 후반 로맨틱한 미니멀리즘이 내 오랜 추구미였다. 플랫하고 미니멀하지만, 라인이 살아 있는 룩. 모두가 열광하던 라프 시몬스의 금욕주의적 질 샌더보다 질 샌더 여사의 룩 말이다. 물론 끌린다고 입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선이 가는 사람들이 입을 때 돋보여서, 거울 속 옷들이 비명을 지를 기세로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입었다가도 부리나케 벗게 된다. 선제되어야 하는 노력이 큰데 여전히 입맛이 살아 있는지라 지금의 나로서는 캐주얼 룩이 베스트다. 편안한 청바지에 컬러가 들어간 셔츠나 니트 정도랄까(고백하자면 이때 상의를 바지에 ‘넣입’하면 절대 안 되지만, 겨울이라 코트로 숨기고 입는다). 써놓고 보니 추구미나 도달미나 도긴개긴 같지만, 더 나이 들기 전에 추구미를 위해 선제적 도전(그 이름 다.이.어.트)을 실천하고 싶다. 그런 뒤에도 안 어울리면? 어쩔 수 없지 뭐. 황혜원 웹 에디터

Calvin Klein Collection 2000 S/S. Getty Images
Tibi 2023 F/W RTW
Toteme 2025 F/W RTW
Valentino 2025 F/W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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