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크리스마스에 바라는 건 오직 하나, 바로 키스뿐!

*해외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밤이 끝날 무렵, 신발에 휴지 한 뭉치가 붙어 있는 줄도 모른 채, 클럽 앞 골목길에서 누군가와 열정적으로 나누는 키스는 이제 역사책에나 나올 존재가 돼버렸어요. 2025년에는 그런 키스를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듭니다. 사진작가 데릭 리저스(Derek Ridgers)의 신작, <헬로, 아이 러브 유>를 넘겨보는 내내 다른 세계를 엿보는 듯 묘한 기분이 든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겠죠.

<헬로, 아이 러브 유(HELLO, I LOVE YOU)>는 출판사 IDEA를 통해 출간됐습니다. 리저스가 수십 년간 거리를 돌아다니며 만난, 훌륭한 피사체들의 솔직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집이죠. 여기에는 온갖 키스가 담겨 있습니다. 영화관 벨벳 좌석에 앉아, 펍의 가죽 부스 안에 들어가서, 클럽의 축축한 벽에 기대 서서, 등에 모래가 묻은 채 해변에서 열렬히 키스하는 사람들이 있죠. 리저스의 사진집은 공개적인 애정 표현, 그리고 그 순간에 몰입하는 행위에 대한 찬가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점점 더 어렵게만 느끼는 바로 그 순간들 말이죠.

리저스의 신작에 수록된 사진 중 상당수는 1980년대 초반에 촬영됐습니다. 리저스는 이 시기를 회상하며 밤낮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는 특히 런던의 캠든 팰리스와 소호의 비트 루트 클럽 같은 장소에서 좋은 소재를 얻었다고 했죠. “밤이 깊어질수록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잖아요. 그러면 도시 곳곳에 작은 틈새가 생겨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최적의 순간이죠.”

공공장소에서 키스하는 사람들이 옛날에 비해 대폭 줄었다는 사실을 그 역시 온몸으로 느끼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리저스는 그런 열정 가득한 모습을 예전만큼 자주 볼 수 없다는 제 말에 동의했습니다. 그러면서 연애 방식의 변화가 공공장소에서의 키스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추측했죠.

“제가 이런 사진을 찍던 시절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출을 해야 했어요. 오프라인으로밖에 만날 수 없었다는 뜻이죠.” 리저스의 말입니다. “처음 본 사람,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람과 키스했을 수도 있어요. 그날 밤 여러 사람과 키스하며 누가 나와 잘 맞는지 알아봤을지도 몰라요. 요즘은 온라인에서 데이트 상대를 고를 수 있죠. 집 안에서 편안하게, 어느 정도 나와 잘 맞을지 체크해가면서 말이에요.”

그의 지적은 일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소파에 앉아 넷플릭스를 보면서, 원하는 이성 스타일을 휴대폰에 입력하기만 하면 수백 명의 프로필을 받아볼 수 있게 됐죠. 밖에 나갈 필요가 없는 거예요. 기술의 발전이 인간관계 형성 과정을 바꿔놓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모두를 강제로 격리했던 ‘사회적 거리 두기’의 기억이 여전히 드리워져 있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인류사의 그 어느 시기보다 성적으로 고립된 상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기술의 발전이 영향을 미친 부분도 있습니다. 언제든 개인적이고 사적인 일이 대중에 공개돼 ‘조리돌림’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죠. “모두가 스마트폰을 갖게 된 이후,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의 행동에 대해 더욱 조심하게 된 것 같아요.” 리저스의 말입니다.

소셜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리저스가 말한 ‘틈새’의 순간 역시 변했습니다. 멋지게 차려입고 참석한 늦은 저녁 파티는 그야말로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가 됐죠. 파티에서 찍힌 사진 역시 자연스러운 순간의 포착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세심하게 연출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람들은 항상 사진을 찍고 있어요. 모두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 위한 것이죠. 보다 근사한 삶을 사는 듯 보이기 위해 편집된 것 말이에요.” 리저스의 말입니다.

리저스에 따르면, <헬로, 아이 러브 유>에 담긴 사진은 날것 그 자체입니다. “연출한 게 전혀 없어요. 그들의 열정적인 순간을 망치지 않으면서 사전에 허락을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했지만, 보통은 그러기가 어려워서 나중에 물어보곤 했죠.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어요. 키스나 포옹은 긍정적인 행위니까, 아무도 개의치 않았던 것 같아요.” 요즘이라면 어땠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Z세대가 토요일 밤의 열정적인 키스에서 느껴지는 짜릿함을 놓치는 것이 아쉽지 않은지 물어보니, 리저스는 신중하게 대답했습니다. “어떤 세대에게도 그 시절로 돌아가라고 권하고 싶진 않아요. 그들만의 즐거움이 있을 테니까요. 신문에서 그런 이야기를 읽었죠.”

물론 리저스의 말이 맞지만, 키스의 불꽃이 사그라든 시대에 뭔가 사라진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계속 들었습니다. <헬로, 아이 러브 유>를 넘길수록 더욱요. 여전히 열정적인 키스를 사랑하는 사람은 존재할 겁니다. 한때 그런 시절을 보낸 뒤 이제는 추억 속에 묻어둔 사람도 있을 거고요. 어쩌면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가는 사람도 있겠죠. 그 누구라도 <헬로, 아이 러브 유> 속 사진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청춘의 ‘나이트라이프’에 항상 내재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좀처럼 보기 힘든 유머와 무모함이 담겨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