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후 붉어진 얼굴 진정시키는 법

근데 살짝 귀엽긴 해.

러닝을 마치고 거울을 보면 얼굴이 토마토처럼 달아오른다. 숨은 조금 가라앉았는데, 피부는 여전히 뜨겁고 붉다. 이 얼굴로 따뜻한 곳에 들어가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더 뜨거워진다.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 이 신호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상태는 빠르게 회복되기도, 며칠 동안 트러블로 이어지기도 한다.

얼굴이 붉어지는 이유

러닝을 하면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얼굴과 두피의 모세혈관이 확장된다. 이때 혈류량이 급격히 늘면서 홍조가 나타나고, 땀과 피지 분비도 많아진다. 문제는 이 상태에서 피부 장벽이 일시적으로 느슨해진다는 점이다. 미국 피부과학회(AAD)에 따르면 격한 운동 직후에는 피부의 수분 손실이 증가하고 외부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이 열린 틈으로 미세먼지, 땀 속 노폐물, 자외선 자극이 한꺼번에 스며들기 쉬워진다는 뜻이다.

미지근한 물로 적시기

러닝을 끝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서서히 식히기’다. 갑자기 얼음물로 얼굴을 적시거나 냉찜질을 하면, 확장된 혈관이 급격히 수축하면서 오히려 홍조가 오래 남는 반동성 충혈이 생길 수 있다. 그늘에서 3~5분 정도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미지근한 물로 얼굴을 가볍게 적셔 열기를 누그러뜨리자. 이 짧은 여유가 이후 피부 회복 속도를 크게 좌우한다.

20분 안에 세안하기

세안은 사랑 고백처럼 타이밍과 온도가 중요하다. 땀이 마르기 전에, 러닝 종료 후 20분 이내에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물은 체온보다 살짝 낮은 미온수가 좋다. 차갑다고 느껴질 정도의 물은 오히려 모세혈관 수축으로 자극이 커질 수 있다. 세정제는 폼 타입보다는 젤이나 약산성 클렌저를 추천. 문지르듯 닦지 말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듯 눌러 헹구는 방식이 홍조 잔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피부 진정시키기

세안 후에는 피부를 진정시켜야 한다. 미백, 각질 제거, 비타민 C 같은 기능성 제품을 겹쳐 바르면 오히려 따가움과 붉은 기를 오래 붙잡아 둔다. 병풀추출물, 판테놀, 알로에 같은 진정 성분으로 된 토너나 에센스를 소량만 덜어 두드려 흡수시키자. 판테놀은 손상된 피부 장벽 회복 속도를 높이고, 병풀 유래 성분은 염증성 홍조를 완화해 준다.

보습은 가볍게

보습은 가볍지만 빨라야 한다. 달리면서 땀으로 수분이 빠져나가고 세안 직후의 피부 표면은 가뭄처럼 건조하다. 이때 무거운 크림을 두껍게 바르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얼굴이 다시 붉어질 수 있다. 수분 위주의 젤 타입이나 로션을 얇게 펴 바르고, 10분 정도 후 필요하면 한 번 더 덧바르자.

얼굴 주변도 꼼꼼하게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간과하는 포인트가 있다. 러닝 직후 얼굴만 챙기고, 귀 뒤와 목, 헤어라인을 방치한다는 것. 실제로 홍조는 얼굴 전체가 아니라 이 경계 부위에 더 오래 남는 경우가 많다. 귀 뒤와 목까지 함께 헹구고 진정 제품을 발라줘야, ‘얼굴만 붉은 사람’이라는 민망한 잔상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