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어떻건, 두고두고 꺼내 입게 될 니트 7
지금 알아두고, 사놓으면 좋을 니트 트렌드. 오래 입을 각오는 됐습니다.
이른 봄 아침이면 때때로 변화무쌍한 날씨를 겪게 되죠. 잿빛 공기를 뚫고 집을 나섰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카페로 들어가고, 곧 다시 나왔을 땐 뜻밖의 햇살이 반겨주는 순간 말이에요. 바로 이런 때, 니트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쌀쌀하면 입었다가 한낮엔 벗어서 어깨에 걸칠 수도 있고, 허리에 묶거나 출근 가방에 구겨 넣을 수도 있는 존재. 우리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니트를 집어 들지만, 사실상 그 어떤 아이템보다도 깊이 의지하는 게 사실이에요. 그렇다고 실용성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주말에 볼일 보러 나설 땐 버터처럼 부드러운 캐시미어 니트와 청바지 위에 레더 봄버 재킷을 걸칠 수도 있고, 출근길엔 늘어진 브이넥 니트에 과감한 스커트를 믹스 매치할 수도 있죠. 과감한 아이템부터 극도로 미니멀한 아이템까지 모두 품을 수 있는 정신적 지주 같달까요.
그렇다면 올봄 니트는 어떻게 스타일링하면 좋을까요? 다행히도 이번 시즌은 2025 가을/겨울부터 서서히 번져온 무드를 이어갑니다. 카디건이나 니트 셋업을 어깨에서 흘러내리듯 연출하거나, 두툼한 니트를 여러 벌 겹쳐 입는 등 레이어링에 조금 더 대담해진 정도예요. 실제로 런웨이에선 대충 걸친 니트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스타일링한 니트가 다수 등장했거든요. 배꼽까지 내려올 정도로 깊게 파인 브이넥, 솟아날 듯 각진 어깨, 드레이프나 오프숄더처럼 볼드한 실루엣이 인상적이죠. 전반적인 컬러는 부드러워졌지만, 그 사이사이로 낙천적인 무드의 옐로 컬러가 톡톡 튀어오르기도 했고요. 지퍼 여밈 같은 실용적인 디테일은 기능적인 패션에 대한 욕구를 반영했고, 한 땀 한 땀 손으로 뜬 듯한 니트는 기본 아이템이 아니라 확실한 포인트 피스로 자리했습니다.
브이넥 니트
지난 시즌 화이트 티셔츠와 짝을 이뤘던 얌전한 브이넥을 떠올리셨나요? 이번 시즌 이야기는 다릅니다. 네크라인은 과감하게 깊고, 분명한 의도를 갖고 스타일링하죠. 셔츠나 컬러감 있는 폴로 톱 위에 레이어드하거나, 브라가 살짝 보이도록 단독으로 입는 식이에요. 프라다는 잘 재단된 니트 한 벌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는 차콜, 네이비, 선명한 레드 컬러로 보여줬어요.
청순한 옐로 니트
옐로는 이번 시즌 조용하지만 확실한 분위기 메이커로 떠올랐어요. 부드러운 버터컵 옐로부터 깊이 있는 마리골드까지. 수트 위에 얹은 보테가 베네타 룩처럼 옐로 니트는 중성적인 컬렉션에 낙관적인 기운을 불어넣습니다. 과거의 쨍한 밝은 톤과는 확실히 달라요. 보송보송한 병아리같이 맑고 청초한 옐로 톤이 의의로 차분하고 성숙하게 느껴지죠. 인디고 데님과 매치하거나 날렵한 테일러링 재킷 위에 걸치면 그 잠재력을 200% 끌어올립니다.
청키 카디건
최근 몇 시즌 동안 몸에 꼭 맞는 작은 카디건이 대세였죠. 이런 스타일이 여전히 유용하지만, 2026 봄/여름 런웨이에선 쌀쌀한 봄날에 딱 어울릴 오버사이즈 카디건이 대거 등장했어요. 호다코바에서는 케이블 니트 카디건 두 벌을 겹쳐 입는, 일종의 ‘니트웨어 젠가’ 같은 연출이 눈에 띄었고, 미쏘니에서는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패턴을 입힌 커다란 카디건도 등장했습니다.
파워 숄더 니트
미식축구 유니폼을 떠올리게 하는 각진 어깨 라인은 이번 시즌을 통틀어 가장 독특한 디테일이었죠. 샤넬의 트위드와 테일러링, 끌로에의 개버딘 블루종, 생 로랑의 아우터까지 모두 이 흐름에 동참했고요. 니트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부드러운 니트 안쪽에 패드를 더해 익숙한 실루엣을 한층 날카롭고 자신감 있게 다듬었죠. 보테가 베네타에서는 파워 숄더 그레이 크루넥 니트를 촉감이 살아 있는 입체적인 스커트와 매치했고, 슈슈통의 베이지 니트는 도드라진 어깨로 강력한 인상을 만들었어요.
크로셰 니트
이번 시즌에는 크로셰와 오픈 니트 같은 크래프트맨십을 곁들인 디테일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어요. 이자벨 마랑에서는 늘어진 크로셰 니트를 유틸리티 미니스커트, 스터드 벨트와 함께 스타일링했는데요. 단순한 니트 실루엣인데 왠지 모를 섬세한 온기와 개성이 느껴집니다. 촘촘하게 짠 두꺼운 니트보다는 가볍고 시원하니, 봄 시즌에 실용적으로 입을 수 있을 거예요.
집업 니트
프레피 무드를 향한 향수 어린 시선 속에서 지퍼 니트(반만 여미는 쿼터 지퍼부터 전체 지퍼 디자인까지!)의 인기는 계속 상승 중입니다. <보그>의 올리비아 앨런은 샤넬 런웨이에 오른 카멜 컬러 쿼터 지퍼 니트를 두고, ‘소셜 미디어를 휩쓸고 있는 #quarterzip 트렌드에 대한 우연이자 필연적인 동의’라고 표현했죠. 미우미우에서는 크로셰 앞치마 드레스 안에 지퍼를 살짝 내린 니트를 레이어드해 장난기 있는 해석을 보여줬어요. 아직 하나도 없다면, 봄 날씨가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무조건 입게 될 아이템이니 꼭 챙겨두세요.
빈티지 패턴 니트
<보그>의 2025 가을/겨울 트렌드 리포트에서 에디터들은 하이패션 프럼프(High-fashion Frump)를 핵심 무드로 짚었어요. ‘프럼프’는 어색하거나 촌스러운 스타일을 의미하는 단어인데요. 조이 몽고메리는 “AI가 만들어낸 완벽함에 대한 반작용으로, 디자이너들은 어색하고 삐뚤고, 솔직히 촌스러운 옷으로 좋은 취향에 대한 개념을 뒤집고 있다”고 언급했죠. 이 분위기는 이번 시즌에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초포바 로위나, 가브리엘라 허스트 등은 마치 이모가 떠준 것 같거나, 영국 어딘가의 빈티지 숍에서 발견한 듯 손맛이 살아 있는 니트를 선보였거든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너무 완벽하고 매끈한 것에서 벗어나 자수 슬로건이나 농장 동물, 전원 풍경이 들어간 엉뚱하고 향수 짙은 니트로 눈을 돌려보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