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수집가들이 1930년대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를 수소문한다, 왜?
예거 르쿨트르의 ‘더 컬렉터블스’ 다섯 번째 에디션은 브랜드의 방대한 아카이브에서 엄선한 군침 도는 8점의 모델로 구성됐다. 1930년대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를 소장할 기회나 다를 바가 없으므로 수집가들의 구미가 도는 것이 당연하다.
2023년 초, 예거 르쿨트르는 ‘컬렉터블스’ 시리즈의 첫 번째 에디션을 선보였다. 메종이 직접 복원한 빈티지 JLC 피스를 선별해 부티크와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약 200년에 달하는 예거 르쿨트르의 워치메이킹 역사를 기념하는 이 프로젝트는 리베르소 같은 잘 알려진 모델부터 미래적인 디자인의 메모복스 폴라리스 같은 숨은 명작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이번 주, JLC는 다섯 번째 ‘더 컬렉터블스’ 에디션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리베르소와 그 초창기 10년에 초점을 맞췄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독자를 위해 간단히 짚어보고 가자. 이 시계는 다소 ‘영국적인 문제’에서 탄생했다. 인도에서 폴로를 즐기던 장교들이 경기 도중 시계 유리를 깨뜨리곤 했던 것이다. 이를 목격한 사업가 세자르 드 트레이는 스위스 워치메이커 자크 다비드 르쿨트르와 손잡고 새로운 무브먼트를 설계했고, 이어 프랑스인 르네 알프레드 쇼보에게 케이스를 회전시켜 유리를 보호할 수 있는 구조의 특허를 의뢰했다. 그렇게 리베르소가 탄생했다. 초기 모델에는 타바네스 무브먼트가 탑재됐으며, 1933년부터는 르쿨트르의 자체 인하우스 칼리버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동안 리베르소는 인기를 잃었다. 그러나 1972년, 이탈리아 유통업자 조르지오 코르보가 르 상티에에 위치한 브랜드 본사에서 사용되지 않은 스틸 리베르소 케이스 더미를 발견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는 이를 조립해 이탈리아에서 판매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JLC에는 해당 케이스에 맞는 무브먼트가 없었다. JLC가 난색을 표하자, 코르보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이탈리아의 워치메이커들과 함께 구형 케이스에 현대적인 JLC 무브먼트를 탑재한 뒤 이를 들고 다시 르 상티에로 향했다. 이에 감탄한 JLC는 이를 기반으로 리베르소 한정 생산을 진행했다. 제품은 빠르게 완판됐고, JLC는 리베르소가 여전히 통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전설적인 리버서블 워치는 극적으로 부활했다.
이제 다시 1930년대. 1세대 리베르소와 그 직후 모델들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던 흥미로운 시기였다. 이후 전쟁이 유럽을 휩쓸며 많은 워치메이커들이 전시 생산 체제로 전환해야 했다. 이번 다섯 번째 컬렉터블스에 포함된 각 모델은 1920~30년대 예술과 건축을 떠올리게 하는 아르데코적 요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케이스의 가드룬 장식과 부착형 인덱스는 그 시대적 감성을 즉각적으로 환기한다.
눈에 띄는 모델로는 1931년식 블랙 다이얼 레퍼런스가 있다. 레일로드 형태의 미닛 트랙과 사다리꼴 인덱스를 갖춘, 어쩌면 가장 전형적인 리베르소 구성이라 할 만하다. 조금 뒤 시기의 1937년 레퍼런스는 스몰 세컨즈를 갖추고 있는데, 이는 초기 타바네스 무브먼트를 대체한 JLC 인하우스 칼리버가 적용됐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가장 독특한 모델은 아마도 리베르소 카르도네일 것이다. 스테인리스 스틸 여성용 모델로, 독특한 러그 구조에 크롬 소재의 로프 형태 스트랩이 연결돼 있다.
복잡한 케이스 구조와 오랜 세월을 고려하면, 1세대 리베르소를 최상의 상태로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라 그랑드 메종이 직접 복원한 모델을 구매할 기회는 더욱 드물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브랜드들이 자사 빈티지 피스를 직접 큐레이션해 선보이는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폭넓고도 중요한 모델을 다수 보유한 JLC에게 ‘더 컬렉터블스’는 빈티지 시계 세계에서 특히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다. 관심이 있다면, 이 컬렉션은 2월 23일까지 뉴욕의 JLC 부티크에서 전시되며, 브랜드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