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해방을 주얼리로 옮기면
파랑새는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평생 비행에 매료되었다. 1505년 저서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에는 직접 설계한 오니소프터(Ornithopter, 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나는 비행기의 초기 모델)의 구상화로 가득하다. 오랜 시간 새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며 고안해낸 인류 최초의 비행기 설계도다. 다빈치만큼 비상을 갈망한 또 다른 인물이 있다. 쇼메(Chaumet)의 영원한 뮤즈, 조세핀 황후다. 자신을 ‘자연의 연인’이라 칭한 그녀는 19세기 초 말메종 성(Château de Malmaison)의 정원을 150여 종의 새가 머무는 낙원으로 가꿨다. 자유롭게 나는 새에 엄격한 궁정 규율에서 벗어난 자신을 투영한 것이다. 2세기가 지난 현재, 끊임없이 진화하는 이 서사에 쇼메도 합류했다. 자유와 해방을 상징하는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앙볼(Envol)’이다.
지난 1월 파리 꾸뛰르 위크 첫날, 방돔 광장 12번지에 자리한 쇼메 부티크에서 이번 컬렉션의 시작을 마주했다. 1910년 당시 패션 아이콘이자 밴더빌트 가문의 상속인인 조각가 거트루드 페인 휘트니(Gertrude Payne Whitney)의 ‘윙스 아그레뜨(Wings Aigrette)’ 티아라다. 다이아몬드와 푸른색 반투명 에나멜로 뒤덮인 날개 한 쌍은 ‘앙볼’ 컬렉션 탄생의 직접적인 영감이 되었다. ‘날아오르다’라는 뜻을 지닌 그 이름처럼 컬렉션을 구성하는 총 아홉 가지 피스는 날개 모티브를 다채롭게 해석하고 있다.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8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여러 번 구워 신비로운 푸른색을 띠는 그랑 푀(Grand Feu) 에나멜링 기법으로만 완성했는데도 더없이 아름답다.
3.92캐럿의 페어 컷 마다가스카르 사파이어를 중심으로 양 날개가 펼쳐진 형태의 티아라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랑 푀 에나멜로 표현한 블루 그러데이션과 눈부신 광채를 자랑하는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깃털 하나하나가 생동감이 넘쳐흘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점은 각각의 요소가 분리된다는 것이었다. 티아라에서 날개 부분만 탈착해 손잡이에 연결하면 화려한 로르네트 마스크로, 다시 날개를 좌우로 나누면 각각 브로치로 활용 가능하다. 날개를 떼어낸 티아라는 메종을 대표하는 ‘아그레뜨’ 컬렉션의 V 자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장인 정신으로 완성한 주얼리의 탁월함과 우수성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처럼 가변성은 ‘앙볼’ 컬렉션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10.96캐럿에 달하는 쿠션 컷 사파이어를 조합한 목걸이의 날개 모티브는 브로치로, 날개를 꽃송이처럼 동그랗게 모은 디자인의 미니어처 시계는 진주 목걸이에 달아 펜던트처럼 연출할 수 있다. 두 가지 반지 역시 하나씩 나누어 낄 수 있다. 조합하는 방식에 따라 무한 변주하는 모습이 자유로이 하늘을 나는 새를 연상시킨다. “정말 매혹적이지 않나요? 조세핀 황후가 사랑했던 새들이 이곳에서 다시 살아 숨 쉬는 것만 같아요.” 평소라면 예의상 미소만 보였을 홍보 담당자의 감성적인 표현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녀가 탐닉했던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자연을 찬미하는 쇼메가 날개 날린 형상에 부여한 자연주의적 해석은 시대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