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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고 춤추는 아시아의 밤

소파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비행기를 한 번만 타면 인생 최고의 밤들이 기다리는 곳에 닿는다.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당신의 하루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마무리된다. 방콕에서는 새벽 3시에도 오리 국수가 김을 올린다. 서울은 밤의 시작과 끝을 ‘안주’로 완성하고, 니세코에서는 온천 수증기 너머로 설산이 빛난다. 베이루트에서는 아랍의 파티 문화가 숨 쉬고, 시드니에서는 해산물 디너 뒤에 이어질 한 잔을 약속한다. 그리고 뭄바이에서는 로컬 위스키가 밤의 마지막을 부드럽게 잠그며, 도쿄에서는 작은 스낵 바의 마이크가 가장 솔직한 무대가 된다.

알마티 ALMATY 카자흐스탄 KAZAKHSTAN

소비에트 영화 스튜디오 카작필름에서 활기를 띠는 알마티의 테크노 신.

STAY AT WISSÔTEL WELLNESS RESORT ALATAU
STAY UP FOR TECHNO CLUBS

카자흐스탄의 최대 도시 알마티는 요즘 급부상 중인 테크노 신만큼은 사계절 내내 뜨겁다. 이 도시는 실험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고 언더그라운드 신을 베를린에 빗대는 이들도 있다.(보수적인 이미지의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인상적이다.) “주요 테크노 도시들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 오히려 자유를 줘요.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 수 있죠.” 카자흐스탄 출신 DJ 나지라 Kazak DJ Nazira는 전한다. 러시아어로 ‘소리’를 뜻하는 즈부크 ZVUK 뮤직 컬렉티브의 설립자인 그는 10년 전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벙커에서 첫 테크노 파티를 열었다. “줄라이 July, 로우 RAW, 클루보크 Klubok, 제가 운영하는 즈부크 ZVUK, 그리고 어사일럼 Asylum과 콜로서스 Colossus 같은 클럽들은 DJ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공간이에요.” 긴 밤의 댄스를 즐긴 뒤에는 스위소텔 Swissôtel로 돌아가자. 이곳은 도심에서 벗어난 숲속 입지와 웰니스 중심의 구성 덕분에, 카자흐스탄에서 식스 센시스 Six Senses와 가장 닮은 호텔로 꼽힌다. 숲이 우거진 외곽에 자리해 도심에서 차로 30여 분 걸리는 이곳에서는 눈 덮인 트랜스일리 알라타우 Trans-Ili Alatau산맥이 내려다보인다. 호화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 속 악당의 은신처를 연상시킬 만큼 분위기도 확실하다. 사우나와 스팀 룸, 터키식 하맘, 바이탈리티 풀, 실내외 수영장, 꽉 찬 피트니스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그렇지만 다음 날 아침 요가 클래스 신청은 각오하고 결정하시길. – ZINYA SALFITI

방콕 BANGKOK 태국 THAILAND

STAY AT AMAN NAI LERT
STAY UP FOR NIGHT MARKETS

‘새벽 3시의 여왕’이라 불리는 방콕은 광기와 습기가 뒤섞인 도시로 해가 지고 나서야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낮의 열기가 가라앉으면 야외 야시장이 거리를 장악한다. 골동품과 잡화, 빈티지 의류와 실크 사이로 인생에서 손꼽힐 만큼 강렬한 음식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배달 앱이 일상에 스며들었어도 방콕에서는 밤 10시 이후에 여전히 제대로 먹고 마실 수 있어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와나 육 Wana Yook을 이끄는 타이-인도계 셰프 찰리 카더는 전한다. “늦은 밤이면 카오 톰 Khao Tom(맑은 죽) 가게에서 티오추 Teochew(중국 광둥성 동쪽)식 죽과 반찬을 파는 사람들, 이산 지역 식당에서 라압(다진 고기 샐러드)과 구운 고기, 쏨땀을 맥주와 함께 즐기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죠. 정말 현지인처럼 즐기고 싶다면 물이나 소다를 섞은 태국산 브랜디 ‘리젠시 Regency’를 마시게 될 거예요.” 카더가 즐겨 찾는 곳으로는 라마 4세 Rama IV 지역의 시아 덕 누들 Siah Duck Noodle, 시 프라야 로드 Si Phraya Road의 시 프라야 비프 누들 Si Phraya Beef Noodle, 그리고 에까마이 Ekamai에서 구운 돼지 유방을 내는 농카이 짐 줌 Nongkhai Jim Jum이 있다. 배를 가득 채운 후 가장 우아하게 잠을 청할 곳은 새로 문을 연 아만 Aman 호텔이다. 110년 역사의 나이 러트 파크 헤리티지 홈 Nai Lert Park Heritage Home과 맞닿아 있는 이 호텔에는 도심 호텔 수영장의 정점을 찍는 듯한 풀과 초고층 빌딩 사이에 숨은 3층 규모의 스파가 자리한다. 카더의 추천 리스트를 따라 도시를 종횡무진했다면 이곳에서 타이 마사지를 예약하고 싶어질 것이다. – KATHARINE SOHN

서울 SEOUL 대한민국 KOREA

조선 팰리스의 반짝이는 인테리어.

STAY AT JOSUN PALACE
STAY UP FOR ANJU

“서울에선 다른 도시들과는 다르게 밤의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먹어요.” 로컬 라이터 정리아는 전한다. “음식은 서울의 밤 문화 전체에 흐르는 혈류 같은 존재예요.” 이처럼 포장마차, 고기구이, 국밥 그리고 안주까지 새벽에도 선택지는 풍부하다. “한국의 술 문화는 값싼 맥주와 소주에만 국한되지 않아요.” 정리아가 즐겨 찾는 칵테일 바로는 바 참 Bar Cham, 제스트 Zest, 퍼킹 어썸 Fucking Awesome, 서울 집시 Seoul Gypsy가 있다. 밤이 더 깊어지면(물론 한끼 더 먹고 나서) 볼레로 Bolero와 페이퍼 Paper 같은 클럽을 꼽는다. 서울의 밤을 정의하는 또 하나는 PC방과 찜질방 같은 공간들을 포함한 24시간 선택지의 폭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자정에 PC방은 늘 만원인데 모두가 각자의 세계에 있죠.” 밤의 끝자락에는 강남의 네온 진동 속에 숨은 대리석과 유리의 모더니스트 왕좌인 조선 팰리스로 향하자. 큼직하고 폭신한 침대와 파노라마 전망을 갖춘 객실이 많아 저녁까지 늦잠을 자며 도시가 다시 깨어나는 장면을 바라볼 수 있다. 룸서비스로 따뜻하고 짭짤한 생선 육수로 만든 국물 한 그릇을 주문해 몸을 보살피는 것도 좋다. – RD

니세코 NISEKO 일본 JAPAN

무와 니세코의 인피니티 온천에서 아름다운 뷰와 함께 즐기는 완벽한 휴식.

STAY AT MUWA NISEKO
STAY UP FOR APRÈS-SKI

‘아시아의 아스펜’으로 불리는 니세코에서는 시베리아에서 대량으로 밀려오는 일본 파우더 스노인 이른바 ‘자팝 Japow’이 세계 최고 수준의 설질을 자랑한다. 화산 지형으로 스키를 마친 뒤 온천에 몸을 담그는 건 이곳의 오랜 전통이다. 히라후 Hirafu에 위치한 무와 Muwa 호텔에는 두 개의 온천이 마련돼 있는데 그중 하나는 요테이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아름다운 뷰를 갖췄다. 호텔은 스키 인/스키 아웃이 가능하고 히라후 메인 거리와도 가깝다. 슬로프에서 하루를 보낸 뒤에는 누들 바와 야키토리부터 7석 규모의 스시 카운터까지 선택지가 다양하다. 밤이 깊어지면 희귀한 싱글 몰트와 수제 맥주, 칵테일 애호가들을 위한 술집들이 문을 연다. 뉴질랜드 출신이자 오랜 니세코 거주자인 헨리 존슨은 2023년 말에 통나무 오두막 같은 바 매직 마운틴 Magic Mountain을 열었다. “매년 칵테일 바, 나이트클럽, 레스토랑, 카페가 뒤섞인 새로운 공간들이 계속 등장해요.” 그의 또 다른 단골로는 오래된 클래식 바룬바 Barunba, 냉장고 문이 입구인 인스타 유명 바 바 규+ Bar Gyu+, 그리고 업스케일 스타일의 토시로스 바 Toshiro’s Bar가 있다. 더 늦은 밤에는 조금 더 여유로운 파티 바인 프레디스 Freddie’s나 새로 문을 연 클럽 피닉스 Phoenix로 이어진다. 니세코의 풍경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아만 그룹의 리조트 개발 역시 그 흐름을 상징한다. “그 과정에서 소규모 로컬 공간들이 어느 정도 밀려난 것도 사실”이라고 존슨은 전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니세코에는 아름다운 눈과 함께 훌륭한 개인 술집과 식당이 즐비하다. – RD

베이루트 BEIRUT 레바논 LEBANON

이곳은 그 어떤 객실도 같지 않다.

STAY AT HOTEL ALBERGO
STAY UP FOR NIGHTCLUBS

가방을 풀자마자 호텔 알베르고에 머무는 일은 1990년대의 보석 같은 호텔에서 대가족의 아르데코 저택을 하룻밤 빌린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아침에는 녹음이 우거진 테라스에서 조식을 즐길 수 있다.(라브네와 무화과 잼을 곁들인 폭신한 마누셰를 추천한다.) 루프톱에는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수영장도 있다. 아랍의 파티 수도로 불리는 베이루트의 현대 클럽 신은 30여 년 전 접이식 철제 지붕을 갖춘 ‘베르그하인 오브 베이루트 Berghain of Beirut’ B018 개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곳의 오픈에어 파티는 다음 날 아침 10시까지 이어지며 전설이 됐다. 다만 조금 부드럽게 밤을 시작하고 싶다면, 피즈 Fizz에서 천천히 몸을 풀어도 좋다. “제 단골집이에요.” 사진가이자 아티스트인 야스미나 힐랄은 말한다. 낮에는 코워킹 공간으로 사용하고, 밤이 되면 메제 Mezze(중동식 안주)와 레바논의 악명 높은 두두 샷이 나온다. “타바스코와 보드카, 올리브로 만들어요. 각오하고 드세요.” 분위기를 더 끌어올리고 싶다면 알렙 Aleb이나 슈퍼치프 Superchief로 이어가면 된다. 그랜드 팩토리 Grand Factory와 AHM은 베이루트 클럽 문화의 중심축이다. “요즘은 베이루트의 새로운 스피크이지 바도 좋아요.” 힐랄은 림보 Limbo와 푸토마마 Futomama를 추천한다. “해가 뜨면 저는 늘 아부 샤디 Abu Shadi에서 시금치와 치즈 마누셰(중동식 플랫 브레드)를 먹어요. 아가 Agha의 샤와르마도 정말 맛있어요” – AD

시드니 SYDNEY 호주 AUSTRALIA

패션 피플들이 즐겨 찾는 카펠라 시드니.

STAY AT CAPELLA
STAY UP FOR LATE-NIGHT EATS

시드니의 밤 문화는 2014년 악명 높은 록아웃 법 이후 관료적 규제와의 기나긴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그래도 시드니는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식당 규제의 거센 흐름에 맞서 하버 시티는 끝내 승기를 잡았다. 우선 거대한 카펠라 시드니 Capella Sydney에 체크인하고 호텔을 나서는 순간부터 좋은 음식과 더 좋은 와인이 펼쳐진다. 첫 코스는 근처 셸 하우스 Shell House에서 디너를 즐기면 된다고 브랜드 총괄 윌 레녹스는 말한다. “여기서는 메뉴를 고를 것 없이 해산물을 먹어야 해요! 시드니 록 오이스터 12개로 시작해 도미회, 메인은 황새치 튀김을 먹으면 돼요.” 모두 이 뜨겁게 그을린 나라의 거친 해안에서 막 잡아 올린 것들이라며 자랑한다. 저녁 식사 이후의 선택지도 풍부하다. 포츠 포인트의 장글링 잭스 Jangling Jack’s에서는 어둑한 조명 아래 스테이크 프리트를 즐기고 디스코 판테라 Disco Pantera에서는 술 기운이 오르면 춤을 춘다. 달링허스트의 명물 그레이프 가든 Grape Garden에서는 거의 40년에 걸친 폭넓은 중식 메뉴를 만날 수 있다. 호주 특유의 “한 잔만 더 하자, 친구야!”에 제대로 말려들었다면 인디언 홈 다이너의 난 케밥이 독한 술도 말끔히 받아준다. – MAHALIA CHANG

뭄바이 MUMBAI 인도 INDIA

STAY AT THE KIN
STAY UP FOR COCKTAIL BARS

뭄바이의 아에르 Aer나 패러독스 Paradox 같은 화려한 바에서는 스카치나 일본 싱글 몰트, 가끔은 버번 이야기도 흔쾌히 나눌 수 있다. 하지만 가성비 좋은 한잔을 찾는다면 답은 늘 로컬이다. 인도 위스키는 더운 기후에서 숙성돼 맛의 결이 한층 부드럽고 과실미가 도드라진다. 사진가이자 DJ로, 고아 Goa의 보일러 룸 Boiler Room 세트를 포함해 인도의 굵직한 파티에서 플레이해온 아누슈카 메논은 말한다. “요즘은 새로 생긴 칵테일 바들이 확실히 트렌디하죠.” 그녀의 리스트 상단에는 봄베이 다크 Bombay Daak와 반드라 본 Bandra Born이 올라 있다. 봄베이 다크 Bombay Daak는 인도 싱글 몰트를 사프란과 장미, 베산과 기 버터를 활용한 팻 워시와 블렌딩한 음료다. 밤이 깊어지면 뭄바이의 하이엔드 아지트인 더 킨 호텔 The Kin Hotel로 향하자. 다다르 Dadar의 해변에서 걸어서 닿는 거리에 자리한 이곳은 디자인 호텔 마니아의 꿈같은 곳이다. 대리석 벽과 미러드 천장, 로비의 콘셉트 스토어, 레지던트 DJ, 계단 아래 LP를 들을 수 있는 아늑한 코너까지. 바에서는 인도산 곡물 스피릿에 수입 스카치 몰트를 블렌딩한 프리미엄 주류, 블렌더스 프라이드 Blenders Pride로 만든 위스키 소다는 한 잔에 담긴 은유 같다. 이 칵테일로 밤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 KS

도쿄 TOKYO 일본 JAPAN

STAY AT TRUNK(HOTEL) YOYOGI PARK
STAY UP FOR SNACK BARS

도쿄에서는 가라오케가 새롭지는 않지만 ‘도쿄의 쿨 키즈들’ 역시 밤이 깊어지면 마이크를 잡는다. 가장 핫한 로컬들은 회원제 가라오케 클럽으로 향하지만 여행자에게는 문턱이 높은 편이다. 시부야의 빈티지 남성복 숍 버버진의 디렉터이자 킴 존스와 다니엘 아샴도 팬으로 둔 후지하라 유타카는 “제가 아는 패션계 사람들 중 가라오케를 진지하게 wmf기는 이들은 대부분 ‘스낵 바 팀’이에요”라고 말한다. 스낵 바는 누군가의 집처럼 아늑한 아주 작은 바다. 먹고 마시다 가볍게 가라오케를 곁들인다. “동네 펍의 느긋하면서도 살짝 괴짜 같은 사촌쯤 되는 느낌이죠.” 후지하라는 말한다. “이곳은 소규모 스태프와 마마상 혹은 마스터가 운영해요. 처음엔 다소 미스터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친구 한두
명만 사귀면 문턱은 보이는 것만큼 높지 않아요.” 단골로는 토소우, 걸프렌드, 아리아케가 있다. 도시의 베이스캠프로는 요요기 공원의 트렁크 호텔 TRUNK HOTEL을 가장 애정한다. 도쿄 최대 녹지 중 하나와 시부야의 광기 사이에 자리한 곳이다. 친구들과 우르르 도쿄에 간다면 가구라자카의 70년 된 게이샤 하우스인 트렁크를 통째로 빌리는 선택지도 있다. 프라이빗 가라오케 룸까지 갖췄다. – 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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