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이나 계절을 허무는 디자인’, 존 갈리아노 자라로 패션계 복귀
존 갈리아노가 아틀리에로 돌아왔습니다. 스페인 리테일의 거물 자라(Zara)가 전설의 디자이너와 2년간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갈리아노는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맡게 되었죠. 이로써 2024년 메종 마르지엘라의 대담했던 마지막 꾸뛰르 컬렉션 이후 공백을 끝내고 패션계에 복귀합니다.
“자라의 최근 아카이브를 큐레이팅해왔어요. 그것들을 새롭게 해석해보는 거죠.” 갈리아노는 파리 패션 위크 기간 중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자라의 모회사 인디텍스 회장이자 창립자인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의 딸 마르타 오르테가 페레스(Marta Ortega Pérez)와의 대화에서 시작됐습니다. “MOP(Marta Ortega Pérez Foundation, 마르타 오르테가 페레스 재단)와 그녀가 기획했던 스티븐 마이젤이나 어빙 펜의 훌륭한 전시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그 전시들을 계기로 우정을 쌓기 시작했죠. 저는 그녀의 개방적인 태도가 참 좋아요.” 2022년 설립된 MOP 재단은 스페인 라코루냐에서 사진·패션 전시를 진행합니다.
2022년 오르테가 페레스가 회장으로 취임한 후 자라는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스테파노 필라티 등 하이패션 디자이너들과 협업해왔으며, 케이트 모스, 마이젤 같은 패션계 유명 인사들과의 캡슐 컬렉션도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갈리아노와의 파트너십은 2년에 걸쳐 진행된다는 점에서 특별하죠.
갈리아노는 “정말 흥분돼요.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 그런지, 그 새로움이나 설렘, 그리고 과정 자체가 저를 기분 좋게 자극하거든요”라며 이번 협업에 매우 만족해했죠. “우리 팀원들에게도 매일 상기시켜야 해요. 이건 기존에 보던 것과 전혀 다르다고. 우리는 지금 새롭게 정립하는 거라고. 꽤 재미있었고, 매우 긍정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창의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하다는 점도 흥미롭고요.”
갈리아노는 지난 1월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 꾸뛰르 프런트 로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그는 1997년부터 2011년까지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죠. 앤더슨은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아니 그 전부터 갈리아노는 제 영웅이었어요”라고 말하며 갈리아노가 창립자 디올보다 더 오랜 기간 브랜드를 이끌었다는 사실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현대에서 그는 곧 디올입니다”라는 말을 남겼죠. 앤더슨의 컬렉션은 실제로 갈리아노에게 상당한 영향을 받은 모습이었습니다. 과거 디자인에 대한 오마주, 첫 만남에서 갈리아노가 건넨 시클라멘 꽃을 여러 피스에 담아낸 것, 그리고 로댕 미술관의 인상적인 세트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갈리아노는 마르지엘라를 떠난 후 2년간 ‘미친 회전목마’에서 내려와 박물관에 가고, 휴대폰 없이 숲속을 걷고, 길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마치 제대로 숨 쉬는 법을 다시 배우듯 본능을 믿는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아, 이건 꼭 해야 하는 일이야’,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해, 저렇게 살아야 해’라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어느 시점에선가,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는 것도 꽤 괜찮더라고요.”
그는 1월부터 파리 근교의 아틀리에에서 비밀리에 작업 중입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시착용 샘플을 꽤 많이 제작했어요. 그것들을 다시 보면서 얼마나 밀어붙일 수 있는지 가늠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그는 진행 중인 작업에 대해 자세히 밝히고 싶지 않다면서도,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않되 형태와 비율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성별이나 계절을 초월하는 디자인’이고요.
첫 컬렉션은 9월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옷을 많은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사실도 기쁘다고 전합니다. “그 거대한 플랫폼을 통해 패션을 선보인다는 건 정말 짜릿한 일이죠. 그리고 그들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그만큼 짜릿하고요.”
그렇다면 이 치열한 회전목마에 다시 올라타는 기분은 어떨까요? “인생의 2막이 가장 중요하다고들 하잖아요.” 갈리아노가 상념에 잠긴 듯 말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을 수도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