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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한도 초과! 모험가의 향수가 담긴 월드 타임 시계 13점 추천

오리지널 파텍 필립은 꿈같은 얘기일지 몰라도, 24개 도시의 시간을 동시에 읽는 방법은 훨씬 더 현실적인 가격대에도 얼마든지 있다. 클래식한 카시오로 시작한다.

비행기를 타고 다른 대륙에 착륙한다. 비행기 모드를 해제하면 휴대폰 시간은 자동으로 현지에 맞춰 바뀐다. 대체 그럼 월드타임 시계는 왜 필요할까? 굳이 손목 위에서 전 시계 시간대를 보여주는 시계를 늘 차고 다닐 필요가 있을까?

유튜브 채널 패들 웨이브스의 컬렉터 제이 류는 이렇게 말한다. “월드타임 시계의 낭만은 실용성에 있지 않고, 꿈을 꾸게 만드는 힘에 있습니다. 이 시계들은 속삭이죠. 항공 여행이 소수만의 특권이던 시대, 국제전화를 걸기 위해 번호만이 아니라 의지와 긴급함이 필요하던 시대를요. 지금은 빈티지가 된 월드타임 시계들은 완전히 연결되기 전의 세계를 누비던 다른 종류의 사람에게 속해 있었습니다.”

류는 초기의 월드타임 포켓워치 가운데 일부가 아가시즈라는 이름으로 제작돼,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지도자들에게 제네바 시민들이 선물했다고 말한다. “그 시절에는 런던과 파리조차 같은 시간대를 쓰고 있었어요. 작지만 영화 같은 디테일이죠. 그런 점이 저를 완전히 다른 시대로 끌어당깁니다.” 그는 덧붙인다. “흑백 영화 속 인물이 된 나를 상상하기도 쉽습니다. 쓰리 피스 수트를 입고, 손가락 사이엔 담배가 천천히 타들어가고, 셔츠 소매 아래에서는 월드타임 시계가 조용히 째깍이는 장면이죠. 말쑥하고 날카로운 1960년대 매디슨 애비뉴를 걷는 광고맨처럼, 먼 도시들의 무게를 손목 위에 올린 채 말입니다.”

이 이미지로도 월드타임 시계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더는 무슨 설명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낭만 너머에는 분명한 논리도 있다. “빈티지 월드타임 시계는 현대 버전과는 또 다른 종족입니다. 루이 코티에가 1931년 월드타임 메커니즘을 발명하고 특허를 냈을 때, 그것은 대량생산용이 아니라 파텍 필립, 롤렉스, 바쉐론 콘스탄틴, 아가시즈 같은 스위스 시계계의 엘리트를 위해 만든 것이었죠.” 류의 설명이다. “당시 항공 여행은 터무니없이 비쌌고, 상업 항공은 걸음마 단계였고, 국제 비즈니스는 극히 제한된 세계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루이 코티에의 월드타임 시계는 그 수량이 너무 적게 만들어져 지금도 주요 경매에서 한 점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말도 안 되는 행운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니 월드타임 시계를 손에 넣고 나면 곧바로 항공권을 검색하게 될 준비를 하자. 류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꿈꾸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인 수집가이고, 메커니즘 뒤에 있는 이야기까지 원하는 사람이라면 여기보다 더 좋은 출발점은 없습니다. 결국 월드타임 시계란, 지금 내가 있는 곳과 내가 가고 싶은 곳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 아니겠습니까?”

오래전, 월드타임 시계가 럭셔리한 과시품이 되기 전부터 세이코는 실제 여행자를 위한 모델을 만들고 있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생산된 빈티지 세이코 6117은 회전하는 도시 링과 제트 에이지 감성의 디자인 덕분에 컬렉터들 사이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누린다. 공항 출발 전광판을 넘겨보는 손끝에 어울리는 시계다. 컬렉터들이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1968년부터 1971년까지 영국이 연중 서머타임을 시험 운영했던 실제 역사를 반영한 이른바 에러 다이얼 덕분이다. 가장 좋은 점은 파텍 필립 수준의 자금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요즘도 이베이나 빈티지 시계 딜러 플랫폼에 꾸준히 등장해 세계시간 컴플리케이션에 입문하기 가장 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로 통한다. 레트로하고, 실용적이며, 가장 좋은 의미에서 약간 덕후스럽다.

월드타임 시계가 다이얼 전체를 훔쳐버릴 정도로 강한 존재감을 내는 경우는 드물지만, 글로브트로터는 말 그대로 손목 위에 지구를 올려놓은 제품. 컬렉터 빌 애들러는 이렇게 말한다. “아놀드 앤 손 글로브트로터 골드는 개인 제트기에 탈 때 완벽한 월드타임 시계일지 모르지만, 혹시 급하게 상업 항공편을 타야 한다면 모든 시선은 이 시계로 향할 겁니다. 래커 다이얼 위의 입체적인 지구본과, 우리 세계의 연결성을 드러내는 솔리드 골드 브리지가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거든요. 객실 승무원이 조명을 낮추면 지구의 야광 윤곽선이 마치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빛납니다.” 절제된 디자인이냐고? 전혀 아니다. 재밌냐고? 100퍼센트다. 가격 문의. 아놀드 앤 손 홈페이지.

여행의 낭만을 이보다 더 진하게 품은 월드타임 시계는 드물다. 1960년대 라도의 오리지널 모델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재출시 제품은 가죽 위켄더를 들고 팬암 비행기에 오르는 사람의 손목에 있어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애들러는 “라도 캡틴 쿡 오버폴 월드 타임은 모험, 향수, 우아함이 시너지를 이루는 시계입니다. 수동 감기 방식에 39mm 사이즈, 폴리시드 스테인리스 스틸 옐로 골드 PVD 케이스, 시스루 케이스백, 강력한 빈티지 감성까지 갖췄죠. 2020년대 에어버스 A350을 타든, 1959년의 록히드 L-188을 타든 잘 어울리는 완벽한 월드타임 시계입니다”라고 말한다. 블랙과 골드 베젤, 복고적인 스타일링 덕분에 이건 거의 손목 위의 시간여행이다. 약 528만 원. 라도 홈페이지.

모든 월드타임 시계가 전통적 기계식 방식에 기대는 것은 아니다. 아스트론은 훨씬 더 공상과학적인 접근을 택해, 위성과 직접 연결해 자신이 지구 어디에 있는지 파악한다. 시계 전문가 굴레 니센은 이렇게 설명한다. “귀금속 케이스와 에나멜 다이얼은 잊으세요. 이건 원조 세이코 아스트론, 그러니까 쿼츠 혁명을 촉발한 그 시계의 하이테크 후손입니다. GPS 모듈이 궤도 위성을 연결해 현지 시간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시침을 조용히 정확한 위치로 이동시킵니다. 30분과 15분 오프셋까지 포함해 40개 시간대를 모두 지원하고, 서머타임도 자동으로 조정됩니다. 서비스 비용도 놀랄 만큼 합리적이어서 다음 여행을 위한 예산을 더 남겨둘 수 있죠.” 쉽게 말해 시계가 위성과 직접 대화하면서 비행기를 놓치지 않게 해주는 셈이다. 약 437만 원. 쥬라 워치스 홈페이지.

모든 시계 리스트에는 술 한 병 값보다도 싼 영웅이 최소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카시오 AE-1200이다. 제임스 본드 같은 분위기 덕분에 팬들 사이에서는 카시오 로열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카시오 AE-1200WH-1AV는 29개 시간대를 지원하고, 배터리 하나로 10년을 가며, 공항에서 사 먹는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 값 정도밖에 하지 않습니다.” 굴레 니센의 말이다. 기계식 푸셔 특유의 손맛은 없을지 몰라도, 엄청난 내구성으로 그 빈자리를 메운다. 게다가 너무 가벼워서 차고 있는 것도 잊게 된다. 럭셔리는 아니지만,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실용적인 여행 시계일지 모른다. 약 5만 9000원.

현대 월드타임 시계의 어머니 같은 존재다. 컬렉터 @meaning_in_time은 이 모델을 소장하고 있다. “2017년 뉴욕에서 스페셜 에디션으로 처음 등장하고, 2018년 컬렉션에 정식 편입된 이후 파텍 필립 5531R은 전 세계 애호가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그 중심에는 예술 작품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에나멜 다이얼이 있어요. 정교한 그라데이션과 색조로 완성된 이 다이얼은 장인의 기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는 또, 이 다이얼 하나를 위해 파텍 필립의 숙련된 에나멜 장인이 거의 2주에 걸쳐 세심한 작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BCHH x 안데르센 제네브

필리핀의 남매 컬렉터 @serialflipper@serialsister가 둘 다 구입해서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모델이다. “우리는 그냥 다이얼에 끌렸어요. 당시가 코로나 시기였고, 여행은 누릴 수 없는 사치였죠. 보통 시계 애호가들은 역사나 무브먼트, 브랜드와의 깊은 연결감을 보고 시계를 삽니다. 그런데 이건 다이얼이 전부였어요. 그 다이얼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카파도키아의 열기구, 하늘, 전체적인 완성도가 우리를 움직였죠.” 이 컬렉터는 도시 표기 안에 마닐라가 포함된 점도 특히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사이즈도 완벽했고, 실제로 착용하는 경험 자체가 특별했습니다. 마치 터키에 가지 않고도 터키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버킷리스트 하나를 시계 한 점으로 이룬 셈이죠.”

“이 시계는 마스터 워치메이커 카리 부틸라이넨과 일본의 저명한 옻칠 예술가 기타무라 다쓰오가 함께 만든 작품입니다.” 시계 디자이너이자 도쿄 워치 클럽 공동창립자인 호메르 나르바에스의 설명이다. “이 시계가 놀라운 이유는 서로 다른 분야의 두 장인이 협업해 유일하고 극도로 정교한 타임피스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다이얼에는 금과 조개껍데기를 사용해 몇 달이 걸리는 사에이 마키에와 소마타 자이쿠 기법이 함께 들어갑니다. 무브먼트에는 카리와 그의 팀이 개발한 월드타임 메커니즘이 들어가고, 카리가 특히 잘 알려진 직접 이스케이프먼트 메커니즘을 포함한 고도의 마감이 더해진 베이스 무브먼트가 탑재돼 있죠.” 부틸라이넨 홈페이지.

월드타임 시계는 종종 색과 정보가 넘쳐나는 복잡한 다이얼로 치닫지만, 이 모델은 같은 기능을 훨씬 차분하게 보여준다. 나르바에스는 이렇게 말한다. “절제되고 단순한 디자인을 원한다면 노모스 취리히 월드 타임은 아주 깔끔하고 가독성 좋은 레이아웃을 제공합니다. 인하우스 노모스 무브먼트를 탑재했고, 지름 40mm로 착용감도 뛰어나죠.” 약 936만 원의 합리적인 가격도 마음에 든다.

스포츠 워치에 월드타임 기능을 더한 모델로, 30분과 15분 오프셋을 포함한 37개 시간대를 모두 표시하는 정밀함이 핵심이다. 지도 부분은 벨벳처럼 마감한 바다와 선레이 새틴 브러시드 대륙으로 표현됐다. 퀵 릴리스 스트랩 시스템도 적용돼 있어 스트랩을 손쉽게 교체할 수 있고, 부드러운 가죽 스트랩으로 바꿔 한층 더 드레시하게 연출할 수도 있다.

월드타임 시계는 종종 통장 잔고를 긴장시키지만, 이 프레드릭 콘스탄트 월드 타이머는 훨씬 부담이 적은 가격대로 제 역할을 해낸다. 지도가 있고, 도시명이 있고, 시간은 또렷하게 읽힌다. 디자인도 직관적이다. 38시간 파워리저브 역시 전 세계를 오가는 긴 여정보다 오래 버틸 만큼 충분하다. 가격은 약 796만 원 판매는 프레드릭 콘스탄트 홈페이지.

1953년 오리지널 월드타임 시계를 현대적으로 다시 해석한 버전이다. 대부분의 월드타임 시계처럼 도시명이 베젤을 따라 도는 대신, 훨씬 큰 도시 디스크가 다이얼을 따라 움직인다. 읽는 방법도 단순하다. 보고 싶은 도시를 고르고, 그 도시가 안쪽 24시간 다이얼의 어디에 놓여 있는지 보면 된다. 약 259만 원.

컬렉터 @thesinowatchguy는 이렇게 말한다. “파텍 필립 5131P는 호불호가 갈리는 시계 중 하나지만, 자세히 보면 감탄할 요소가 많습니다. 일부 컬렉터들은 기울어진 필기체 같은 서체가 유치하거나 싸 보인다고 비판하지만, 사실 그 폰트는 다이얼에 독특한 우아함을 더합니다. 마치 고급 만년필 캘리그래피를 보는 듯한 느낌이죠. 전체적인 조화를 끌어올리는 은근한 디테일입니다.” 그의 생각에 이 시계는 파텍 필립의 유산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델 중 하나다. “아름답게 만들어졌고, 세심하게 설계됐으며, 브랜드의 DNA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하이엔드 워치메이킹 세계에서 이 시계의 예술성과 의미를 부정할 수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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