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할 말 많은 블랙 앤 화이트 룩
흑백의 단조로움을 깨뜨리는 것은 아주 사소하고 가벼운 것들이에요.
모든 색이 사라진 뒤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흰색과 검은색은 무작정 색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해요. 먹으로 그린 산수화가 색을 쓰지 않고도 깊이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이 두 색은 스스로 빛과 그림자가 됩니다. 화가들이 캔버스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다루는 것도, 사진가가 세상을 읽는 방식도 결국 여기서 시작되죠. 흑과 백, 여백과 선, 침묵과 말. 패션이 이 두 빛깔을 택할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단순히 색을 고르는 게 아니라 하나의 ‘결’을 고르는 거니까요.
블랙은 감추고, 화이트는 드러냅니다. 그 둘이 한 몸에 있을 때, 룩은 긴 설명이 필요 없어요. 어디서 끊기는지, 어디서 시작되는지, 비율이 어떻게 흐르는지 한눈에 보이니까요. 쉬운 조합이 아니지만 신기하게 쉬워 보이는 조합이죠.
@sarahrosemaloney
@cocoschiffer
요즘 스트리트에서 보이는 블랙 앤 화이트는 예전과 조금 다릅니다. 완벽하게 다린 셔츠나 빈틈없이 맞춘 셋업 대신, 어딘가 힘이 빠져 있어요. 블랙 니트에 화이트 와이드 팬츠를 툭 걸치거나, 화이트 슬립 스커트에 블랙 재킷과 슈즈를 신거나. 레이스 디테일이 슬쩍 끼어들기도 하고,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전체를 느슨하게 풀어놓기도 하죠. 미니멀하되 팽팽하지 않은 것. 지금 블랙 앤 화이트가 말하고 싶은 건 그거예요.
@lindatol_
@meliglezp
그 여유로움이 흥미로운 건, 블랙 앤 화이트가 원래 가진 단단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훨씬 가볍게 표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차분하고 깊이 있는 두 색이 자유로운 무드일 때, 어쩌면 그게 미니멀리즘의 가장 솔직한 모습인지도 몰라요. 요란스럽게 많이 갖지 않아도, 소란스럽게 많이 생각하지 않아도 블랙과 화이트는 늘 제자리에 있으니까요.
@alexiiak
@est.te
보통 블랙 앤 화이트는 유행을 타지 않는다고 하죠.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그 자리에 가만있는 게 아니라, 매 시즌 조금씩 변주를 거듭하죠. 이번 시즌에는 힘을 뺀 무드가 대세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 블랙 앤 화이트가 가장 입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