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셸 오토니엘부터 이우환까지, 국제갤러리 전시 3
거장들의 예술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 〈Wonder Block〉 지난 2020년 12월 국제갤러리 서울에서 열린 <NEW WORKS>전, 작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의 개인전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등 한국 관객과의 교감을 지속해오고 있는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이 국제갤러리 한옥에서 새로운 시리즈 〈Wonder Block〉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오토니엘의 조형 언어에서 가장 특징적인 요소를 꼽는다면, 형태적 측면에서는 ‘구슬’과 ‘육면체 […]
거장들의 예술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
〈Wonder Block〉
지난 2020년 12월 국제갤러리 서울에서 열린 <NEW WORKS>전, 작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의 개인전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등 한국 관객과의 교감을 지속해오고 있는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이 국제갤러리 한옥에서 새로운 시리즈 〈Wonder Block〉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오토니엘의 조형 언어에서 가장 특징적인 요소를 꼽는다면, 형태적 측면에서는 ‘구슬’과 ‘육면체 벽돌’, 재료적 측면에서는 ‘유리’일 텐데요. 이번 전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블록 형태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작가는 〈Wonder Block〉이라는 동일한 작품 제목 아래 5개의 큰 조각은 한옥의 뷰잉룸에, 5개의 작은 조각은 한옥 내 작은 서점에 각각 설치해, 다면적 형상과 서로 다른 크기의 작품을 다양한 맥락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해당 전시는 4월 16일까지 진행됩니다.
<Lee Ufan>
2023년 4월 4일부터 5월 28일까지는 이우환의 개인전이 개최됩니다. 2009년 이후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두 번째 전시이자, 2015년 부산시립미술관의 ‘이우환 공간’ 설립을 제외하면 국내 관람객들이 12년 만에 접하는 작가의 개인전인데요. 1관의 2개 공간과 2관 2층, 그리고 정원에 걸쳐 펼쳐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이우환의 1980년대 작품부터 근작까지 아우르는 조각 6점과 드로잉 4점을 선보입니다. 전시장의 메인 무대를 장악한 조각들은 그가 일본에서 가공하지 않은 자연물, 물질 그 자체를 예술 언어로 활용하고자 한 전위적 미술 운동인 ‘모노하’를 주도하기 시작했던 1968년과 동일한 연도에 처음 제작한 이래 오늘날까지 작업을 이어온 〈관계항(Relatum)〉 연작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우환은 자신의 모든 조각을 ‘관계항’이라 이름 짓고 여기에 종종 부제를 붙이는데, 이때 부제는 연상을 도울 뿐 확고한 해석을 허락하지는 않습니다. 규정지을 수 있는 ‘관계’ 대신 관계를 맺고 있는 주체를 의미하는 ‘관계항’을 제목으로 선택한 데는, 작품의 개별 요소가 맥락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동적 관계에 놓이도록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현시대가 신이나 ‘인간’이라는 망령 그리고 정보라는 망령한테 홀려서 맥을 쓸 수 없습니다. 이 망령이 전 세계, 어쩌면 우주론까지 뒤덮으려 하고 있어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신체일 수도 없고, 손에 닿지도 않고, 보이는 것 같지만 실상 실체나 외부가 없는 닫힌 세계입니다. 이제 우리는 망령된 ‘인간’을 넘어 ‘개체로서 나’와 외부와의 관계적인 존재로 재생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만남(Encounter)이 중요한 것이지요. 나의 작품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독특한 신체성을 띠고 있으며, 대상 그 자체도 아니고 정보 그 자체도 아닌, 이쪽과 저쪽이 보이게끔 열린 문, 즉 매개항입니다. 다시 말하면 나와 타자가, 내부와 외부가 만나는 장소가 작품이고 이것은 새로운 리얼리티의 제시입니다.” – 이우환, <이우환 공간>(부산시립미술관, 2015), 14
<CALDER>
이우환 개인전 개최 기간과 동일한 기간에 K2 1층과 K3에서는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개인전 <CALDER>가 진행됩니다.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고 혁신적인 예술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칼더의 이번 전시는 대표적인 ‘모빌(Mobile)’과 과슈 작업을 선별해 아우릅니다. 국제갤러리에서 2014년 열린 전시 이후 9년 만에 개최되는 개인전이자 2004년 첫 개인전 이후 마련된 네 번째 전시인 만큼, 작가가 방대한 양의 작품을 제작하며 왕성하게 활동한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금속과 움직임을 도입한 칼더의 움직이는 조각은 받침대 위 ‘고정적 오브제로서의 조각’이라는 관습적 개념에서 탈피함으로써 후대 미술사의 판도를 바꾸어놓았는데요. 이번 전시는 칼더 작업에서 ‘제스처(Gesture)’라는 요소가 어떤 방식으로 그 근간을 구축하는지, 곡선 혹은 끊어진 선 등 가장 단순한 형태의 물리적 구현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임과 생동감에 대한 작가의 비전을 뒷받침하는지 조명합니다. 이 같은 양상은 균형을 유지하며 유유히 회전할 때 물리적 형태가 우아한 그림자로 공명하기도 하는 조각 작품은 물론, 잉크 및 과슈로 작업한 회화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