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 “두려움은 누구나 있지 않을까?”
2023년 마지막을 <보그> 커버 촬영과 함께했다. 지난해 가장 인상적인 일은?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겼고, 그만큼 많이 배웠다. 이런 경험이 2024년 새로운 작업에 잘 반영되길 바란다.
<보그> 2024년 3월호가 발행될 때쯤, CL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새로운 곡을 발표하기 위해 한창 바쁘면서도 어딘가에서 봄 날씨를 즐기며 산책하고 있을 것 같다.
CL의 패션은 한 번도 지루한 적 없다. 당신에게 패션은 어떤 의미인가?
음악과 함께 나를 표현하는 재미있는 놀이다. 항상 새로운 것들이 등장하고, 도전하게 만든다.
요즘 흥미로운 패션 신의 풍경 혹은 스타일은?
늘 무대에 서는 꿈을 꿨기에 무대의상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최근 무대에선 화려하지만 그곳에서 내려오면 트레이닝복만 입는 나를 발견했다. 하하. 매일매일 입는 일상복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어떻게 담을까 고민 중이다. 그러다 보니 데일리 룩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속옷에 관심이 많다.
선입견과 관습을 깨뜨려왔다. <ALPHA> 관련한 인터뷰에서도 “언제나 룰을 깨고 싶다”고 말했는데, 계획 중인 다음 서프라이즈는?
미리 말하면 서프라이즈가 아니겠지?
룰을 깰 때는 주변에서 잡음이 들리고, 만류가 있기 마련이다. 이들을 어떻게 물리치나?
나 자신이 단단하면 굳이 맞서 싸우지 않고, 스스로 믿는 바를 꿋꿋이 밀고 나가면 된다.
가장 골똘히 생각하는 주제는?
나를 되돌아보고 있다. 내 취향이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달라지는 자신을 관찰하고 그것을 찾아가길 좋아한다.
CL은 타인의 인터뷰나 어록에서 종종 영감을 얻는다. “파도를 타지 말고 물이 되라”는 브루스 리의 말도 자주 인용했다. 근래 자극받은 말은?
자극이라기보다는 요즘 예바(Yebba)의 ‘Waterfall’이라는 곡을 계속 듣고 있다. 이 곡의 “Obsessions fade. Over time. But what remains, love is whatever we make it tonight”라는 가사를 계속 생각한다.
2022년 2NE1으로서 코첼라 무대에 서면서 남긴 말이 화제였다. “남을 위한 게 아니라 우리를 위한 무대를 해보고 싶었다. 그것은 곧 나를 위한 것이다.” 우리는 관성적으로 타인의 바람을 이루려 애쓴다. CL은 달라 보인다. 어떻게 하면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본인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이채린이기도 하고 CL이기도 하다 보니, 항상 그 두 인생을 뒤돌아보는 습관을 들여왔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피하지 않고 들으면서, 내 안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힘을 키워온 것이 도움 됐다.
“CL처럼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고 싶다”란 어느 팬의 말이 생각난다. 아티스트로서 원하는 것을 성취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그 원동력은?
나도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싫은 것도 해왔다. 하하. 특정한 원동력이 있기보다는 그때그때 내 앞에 놓인 도전과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꾸준히 하는 데 집중했다.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 같다.
13년 만의 첫 솔로 정규 앨범 <ALPHA>도 CL의 의지를 보여준 음반이다. 당신은 13년이란 시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지만. <ALPHA>가 나온 지도 2년이 넘었다. 다음 앨범의 방향은?
모든 건 때가 있는 것 같다. <ALPHA>를 발표하고 바로 다음 작업을 시작했다. 다양한 방향을 시도하는 중이다. 그때에 맞는 방향으로 앨범이 나올 것이다.
CL이 두려워하는 것도 있나?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나?
두려움은 누구나 있지 않을까? <ALPHA> 앨범의 캐치프레이즈가 ‘Choose Love Over Fear’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다 보면 두려움은 극복할 수 있다.
<보그>는 언제나 동시대 여성을 지지하고 응원해왔고, 특히 이번 3월호에 그 의지를 집약해서 보여준다. 동시대 여성 혹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자 큰 힘이 되고 에너지가 충전됐다.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스스로 그런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