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영, “파일명에 ‘최종’이라고 적은 횟수를 떠올린다”
구찌 좋아 지난해 밀라노에 가서 구찌 쇼를 직접 봤다. 사바토 데 사르노의 첫 컬렉션이었는데, 그 의상을 오늘 <보그> 커버 촬영을 하면서 입어볼 수 있었다. 원래 구찌를 좋아한다. 함께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 특히 이번 컬렉션은 리브랜딩 테마인 ‘구찌 앙코라’가 구현된 새로운 구찌다. 몇 가지는 엄청 마음에 들어서 찜해두었다. 판매 시작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성공적인 2023년, 그 후 지난해에 예상보다 결과가 좋았다. 나는 기대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언제나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둔다. 좋지 않은 습관일 수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도 고려한다. 다만 나는 매번 똑같다. 해야 할 일을 한다. 지난해에 잘했으니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이거는 이렇게 고쳐야지, 같은 생각을 한다기보다 내가 했던 대로 지금 할 일을 하고 일주일 뒤에 해야 할 것을 준비하고, 일주일 뒤에는 다시 지금 해야 할 거를 하고… 그러니까 매번 할 일들을 해나간다.
캐릭터와 사랑 맡은 캐릭터의 세계관 속에 사는 것 같다. 그런데 연기를 할수록 이런 말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존경하는 선배들을 가까이에서 보면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할 수 있는 한 캐릭터를 정말 사랑한다. 캐릭터의 정서가 내 정서와 맞닿아 있다고 느낄 만큼. 그래서 마지막 촬영 날 웃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언제나 울었다. 웃다가도 울었다. 내가 엄청 기술적이거나 재능을 가진 것은 아니어서, 할 수 있는 최선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그것이 최소한의 의무라 여긴다.
박규영은 다른 사람 같아 이목구비가 희미하다. 그래서 스타일링의 변화를 굉장히 빨리 흡수한다. 반대로 말하면 사람들이 인간 박규영을 잘 못 알아본다. 어떤 캐릭터라고 하면 명확히 기억하는데. 역할마다 스타일링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고, 더 나아가서 캐릭터의 질감, 체중일 수도 있고 부드러움이나 건조함의 정도일 수도 있고… 그런 걸 많이 신경 쓰는 편이다. <스위트홈> 윤지수를 연기할 때는 체중을 줄이고 버석한 질감을 유지했고, <오늘도 사랑스럽개> 한해나같이 극도의 러블리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체중을 약간 늘리고, 그 시기에는 음식도 부드러워 보이는 것 위주로 먹었다. 양도 풍성하게! 왜냐하면 잘 먹어야 사람도 여유롭고 좋아 보이니까.
오늘 옷차림 무조건 편한 거. 평소엔 조거 팬츠나 운동복만 입고 다닌다. 인터뷰하는 날은 청바지. 옷을 입었을 때 어떻게 보여야겠다는 것은 없다. 편한 거, 그게 전부다.
나무위키에 적힌 TMI 아, 오래전에 인터뷰한 내용이 담겼다. 지금은 바뀌었다. 요즘은 자기 전에 지렁이 게임은 안 한다. 가끔 블록쿠도쿠를 한다. 줄 이어폰도 안 쓰고 에어팟을 사용한다. 노이즈 캔슬링 잘되고 너무 좋던데! 아, 탕수육은 여전히 찍먹.
지키는 삶 ‘본받을 만한 사람이 되겠어요’라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나의 것을 잃지 말자, 이런 생각은 한다. 그게 스타일링일 수도 있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일 수도 있다. 그런 내 모습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면 행복하다.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을 잘 지키고 만들어가는 것.
다짐 한 가지 프로젝트가 있다고 하면, 이 프로젝트를 촬영하기 전까지 관계자들이 파일명에 ‘최종’이라고 적은 횟수를 떠올린다. ‘최종, 최종, 최종, 파이널, 진짜 파이널, 진짜 진짜 파이널…’이라고 ‘최종’을 늘려가며 파일을 주고받았을 사람들의 노고를 잊지 말자. 이거 계속 생각한다. 나는 오늘 하루 촬영하지만 여러 사람이 긴 시간 노력해서 완성할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VK)